34억 쓴 의원외교 報告書 읽을 게 없다?

입력 2005-06-21 11:40:19

어제의 한'일 정상회담, 노 대통령과 고이즈미의 하기 싫은 '억지 회담'을 보면서 본란은 그 책임의 일단이 한'일의원연맹 소속 국회의원들의 '개점 휴업'에 있음을 잊지 않는다. '외교는 없고 외유만 있다'는 걱정의 바탕엔 국회의원들이 해외 나들이에서 "제대로 공부하고 오느냐"하는 불신이 깔려 있다고 우린 지적했다. 최근에 공개된 국회자료는 이런 걱정과 불신이 사실임을 보여준다. 해외 일정의 상당 부분이 유적지이고, 갔다 와서 내어논 보고서가 그 쪽에서 얻어온 홍보자료와 명함 투성이라면 더 읽어볼 기력이 없다. 이런 케이스가 극히 일부이길 바란다.

국민은 지난 10개월간 의원 해외경비로 34억 원을 투자했다. 투자에 따른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국민이 그 투자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간단한 예로 국회 교육위는 지난 1월 아프리카 4국을 방문했다. 교육제도와 대학정책을 파악하러 후진국을 찾아갔다는 그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은 당연하다. 작년 8월 유럽에 간 재경위는 12일 중 7일 간을 밀라노'베니스'로마 등지에서 보냈다. 운영위 팀도 13일간 멕시코'브라질 등 남미 방문일정에서 공식일정은 나흘뿐이었다고 한다.

귀국보고서 또한 억지로 낸 냄새가 물씬하다. 올 초 5천700만 원을 타내 미국 캐나다를 갔다온 어느 위원회의 보고서는 75쪽중 40여 쪽이 받아온 참고자료를 붙인 것인데, 그 자료인즉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 인구는 세계 4위, 위도'경도'간략한 도시 역사로 시작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어느 의원협회가 내논 484쪽의 방대한(?) 보고서는 절반이 명함 복사본과 기관들의 소개 자료였고 절반은 면담 내용만 단순히 기록한 것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콘텐츠' 없는 외유, 수행한 국회 직원에게 떠맡긴 '면피용 보고서'가 34억원 투자의 결과물이라면 이게 바로 반(反)개혁이 아니고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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