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Best 라이프-(17)운동상해/인라인스케이트 사고 진재호씨

입력 2005-06-21 10:43:20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젠 인라인스케이트만 봐도 겁이 슬슬 나요."

지난해 11월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을 기념해 열렸던 인라인스케이트대회. 축제분위기여야 할 대회는 정작 한명이 심장마비로 숨지고 20여명이 다치는 사고로 얼룩졌다. 중학교 교사 진재호(38'포항 남구 도구리)씨도 사고로부터 예외는 아니었다.

진씨는 완주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날아갈 듯 들떠있었다. 5천여명의 엄청난 동호인 사이를 헤치고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쾌감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짜릿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결승선을 통과하고 잠시 마음이 느슨해진게 사고의 빌미가 되었다.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오목 튀어나온 곳이 나타나 이를 피하려다 중앙분리대를 심하게 들이박고 만 것.

"다리가 풀렸는지 가속이 붙어 제동이 안 되더라구요." 결국 왼쪽 다리가 밖으로 심하게 꺾이고 말았다. 잠시 주저앉아 있던 진씨는 움찔 아프고 다리가 덜렁거리는 느낌이 들어 내심 불안했지만 동료들의 괜찮다는 말을 믿었는지 이내 마음을 놓았다.

그렇지만 다음날이 문제였다. 사고 당시 겉으로 이상이 없어보이던 왼쪽 다리가 퉁퉁 부어있는데다 접지도 못할 정도로 뻣뻣해져 있었다. 진씨는 왼쪽 무릎 내측인대가 부분적으로 파열되었다는 진단을 받고서 아차 싶었단다. "막막해지더군요. 수술을 하자니 완치시키기가 쉽지 않고 재수술까지 해야 하니 번거롭기도 하고…" 결국 그가 선택한 건 6주간 통깁스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목발을 양쪽에 끼고 6주간을 버틴다는 게 여간 고생이 아니었다. 깁스 탓에 화장실에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데다 간혹 깁스한 왼쪽 다리에 쥐까지 나는 날이면 당황스럽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렇게 성가신 깁스 생활을 겨우 끝냈지만 진씨는 또다시 잔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아이들과 눈썰매를 타다 눈 속에 처박히는 바람에 왼쪽 다리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왼쪽 다리는 또 부어올랐고 그날 이후 통증이 좀체 가시질 않았다. 평소 운동을 즐기던 진씨는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으면서 애를 썼지만 별 차도가 없어 불안하기만 했다. "인대를 다치면 안 쓰는게 최고다"라는 주위의 말에 진씨는 몸을 더욱 안 쓰게 되었다.

몸이 아프니 생활도 엉망이고 괜히 짜증이 나면서 친구들하고 어울리기도 싫어졌다. 진씨는 "예전처럼 빨리 학교 아이들하고 인라인을 다시 타고 싶은데 앞으로 그럴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서요"라며 멍하니 다리를 내려다본다.

◆전문가 진단

포항성모병원 스포츠의학센터 김홍영(27) 운동사는 "진씨의 경우, 사고 이후 왼쪽 다리를 너무 사용하지 않아 감각이 떨어지면서 통증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왼쪽 다리 안쪽인대가 파열되면서 왼쪽 다리에 대한 위치 감각과 통제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데다 다리를 잘 움직이지 못하면서 근육 위축이 왔다는 것.

현재 진씨의 왼쪽 다리는 40% 정도 밖에 운동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김 운동사는 "이로 인해 왼쪽 무릎을 감싸고 있는 슬개골이 바깥쪽으로 휘면서 다리를 펼 때 마찰이 일어나 뚝뚝 소리가 나거나 통증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진씨는 앞으로 근신경계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운동을 집중적으로 연마하면 무릎이 안정적으로 움직임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운동사는 "90% 이상의 수치가 나와야 운동 재개를 할 수 있다고 봤을 때 진씨의 왼쪽 다리는 무척 낮은 운동 기능을 보이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운동사는 진씨에게 당분간 다른 운동을 하지 말것을 당부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 씽씽 미끄러지다 어이쿠~인라인 조심하세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 안 넘어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만큼 인라인스케이트는 넘어지면서 배우는 스포츠인 것이다. 특히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는 치아와 머리이다. 간혹 엉덩방아를 찧다 골반과 허리를 다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신체적 손상을 막기 위해서는 마우스피스와 헬멧, 손목'무릎'팔꿈치 보호장구를 꼭 착용해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보호장구를 착용하면 치료가 필요한 손상에 이르는 경우가 10%로 줄어든다. 결국 골절상을 입는 대부분의 사고는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난다는 얘기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 다쳤다면 스포츠 손상의 일반적인 대처 방법인 RICE 법칙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다친 부위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Rest), 다친 부위에 얼음찜질을 해야 한다(Ice). 얼음찜질은 15~20분 정도가 적당하다. 그리고 압박붕대로 압박하고(Compress), 다친 부위를 심장 위에 위치시킨다(Elevate). RICE 법칙에 따라 대처하면 부종이 줄어 부상으로부터 회복이 빨라진다.

다칠 때 관절부위에서 소리가 나거나 관절이 붓고 통증이 지속되면 관절이 심하게 손상됐다는 신호이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성장이 끝나지 않은 어린이가 손목이나 무릎'발목'관절을 다쳤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성장판이 손상되지 않았는지 검사해야 한다.

발목이나 무릎을 한 번 다치고 나면 관절의 위치와 움직임에 관한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고유감각 수용기능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다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 같은 부위를 다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는 스포츠 손상 재활전문가를 찾아 운동처방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 진재호씨가 등속성운동측정기구(근육과 관절의 근력, 근신경계의 반응 속도를 측정하는 장비)에 앉아 왼쪽 다리의 운동 능력을 측정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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