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운동 더위극복에도 도움

입력 2005-06-21 10:45:00

1994년 미국 월드컵 때의 일이다.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되자 선선한 날씨에 익숙해져 있던 유럽 선수들은 더위에 지쳐갔다. 한국은 스페인과 2대 2 극적인 무승부를 연출한 데 이어 우승후보 독일을 3대 2까지 추격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외국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은 말의 허파를 가진 것 같다"라며 더위 속에서도 지칠 줄 모르고 뛰는 우리 선수들에 혀를 내둘렀다.

'땀의 계절'이 왔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른다. 움직이는 것이 귀찮아지고 시원한 곳만 찾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더위에 쉽게 지치지만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 더위에 강한 체질은 타고 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적당한 운동으로 땀을 흘려주면 우리 몸은 더위를 더 잘 이길 수 있는 체질로 바뀐다. 더운 환경에서도 잘 활동하고 운동할 수 있는 몸으로 바뀌는 것을 전문용어로 '열순화'라고 한다. 그렇다면 운동은 어떻게 우리 몸을 더위에 강한 체질로 바꿔줄까.

운동을 하면 체온이 올라가고 우리 몸은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배출된 땀이 마르면서 몸의 열을 빼앗아간다. 발한은 적극적인 온도 조절 장치인 셈이다. 운동으로 단련된 사람일수록 운동 중 땀을 잘 흘린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비해 더 빨리 땀을 분비하고 더 많은 땀샘을 확장하여 신속하게 땀이 증발될 수 있도록 몸이 적응되어 있다. 주변의 온도가 올라가더라도 체온을 더 잘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운동 중 땀을 잘 흘리는 사람은 땀의 성분도 다르다. 체력이 떨어지는 사람의 땀에 비해 전해질(NA+)의 농도가 현저히 떨어져 있다. 같은 양의 땀을 흘려도 전해질 소실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리고 땀이 끈적하지 않아 피부의 잔류 식염에 따른 증발 저해현상이 적게 일어난다.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잘 체온을 식힐 수 있다는 얘기다.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해온 사람은 혈장량이 다른 사람에 비해 증가해 있다. 더우면 온도조절을 위해 피부로 보내야 하는 혈액과 움직일 때 사용하기 위해 활동근으로 보내야 할 혈액이 동시에 필요해진다. 혈장량이 많다는 것은 피부와 근육에 공급할 혈액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땀도 잘 흘리고 더위 속에 활동을 해도 잘 피로해지지 않는 것이다.

운동이 더위를 이기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도 평소 운동을 하지 않은 초보자가 더운 환경에서 운동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운동 중 물을 충분히 마신다고 해도 전해질 불균형 탈수 등으로 인한 열피로, 열경련, 열사병 등 열 관련 질환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초보자들은 덥거나 습한 기후에서는 힘든 운동을 장시간 하지 않아야 한다. 선선한 이른 아침이나 저녁시간에 온도조절이 가능한 실내 운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해가 지고 난 다음 몸에 부담이 가지 않는 빠르게 걷기 운동을 30~40분 정도 하는 것도 안전한 방법이다.

이종균(운동사'닥터굿스포츠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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