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

입력 2005-06-21 09:48:49

범행동기 등 의혹에 언론의 현장접근까지 차단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육군 합조단의 20일 수사결과 발표로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합조단은 이날 비무장지대(DMZ)내 사건이 발생한 GP(前硝)의 근무방식과 탄약관리 등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범행동기=합조단은 평소 내성적이던 김 일병이 선임병들의 인격 모독에 가까운 언어폭력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르기 이틀 전에 부대원 전원을 몰살할 결심을 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동료 병사들에 대한 무기명 설문조사 등을 통해 조사를 벌였지만 선임병 등에 의한 구타 또는 신체적 가혹행위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먼저 김 일병이 구타나 가혹행위가 아닌 단순히 선임병들의 욕설만으로 수류탄을 투척하고 총기를 난사, 10명의 사상자를 내는 엄청난 일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는다.

"소대원 전원을 몰살시키려 했다"는 김 일병의 진술도 그런 의혹을 더해주고 있다.

또 김 일병이 부대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을 가능성과 현장 지휘관들이 김일병이 일부 부대원들로부터 잦은 욕설을 들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합조단은 집단 따돌림 가능성에 대해 "병사들과의 면담에서 김 일병이 그 정도인지는(심각한지) 몰랐다"며 "왕따까지는 아니고 소홀히 한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사고 당시 26명 취침중이었나=합동조사단은 사건 당시 부소초장인 하사 1명을 포함해 모두 26명의 장병이 잠을 자고 있었다고 밝혔다.

합조단 발표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내무반에서만 6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나머지 18명은 아무런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일병이 수류탄 1발을 투척하고 소총으로 실탄 수십 발을 발사한 상황을 감안하면 사상자가 그 정도밖에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이 잘 안 된다.

◇치밀한 사전계획 여부=김 일병이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는지 여부도 명확히 해야할 부분이다.

육군은 사건 발생 당일인 19일 브리핑에서는 "김 일병이 교대근무자를 깨우러 내무반에 왔다가 평소 언어폭력을 일삼는 선임병의 얼굴을 보고 순간 화가 치밀어 우발적으로 일을 저질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범행 전후 김 일병의 행적을 보면 우발적인 사건인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김 일병은 모두 3개의 탄창 중 1개는 근무지에 남겨두고 2개를 들고 내무반에 내려왔으며 내무반에 있던 동료 소총을 가져 나온 뒤 화장실에서 수류탄 안전핀을 뽑고 총기를 장전, 범행을 저질렀다.

김 일병은 또 이후 GP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황실 제압은 물론, 부대원 사살을 기도했다.

이에 따라 김 일병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했다고 보기에는 의혹이 남는다.

◇사건 현장 언론에 미공개=또 군 당국이 사건 현장에 대한 언론 공개를 꺼리고 있는 것도 의혹을 사고 있다

국회의원이나 유족들에게는 현장을 기꺼이 공개하면서도 풀기자 몇 명이라도 현장을 방문하자는 취재진의 거듭된 요구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군은 지난해 최전방부대에서 3중 철책선이 뚫렸을 때에도 취재진의 공개요구를 묵살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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