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희생자면면·유족표정

입력 2005-06-20 10:22:57

연천 전방GP 총기난사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8명의 시신이 안치된 양주병원 등 4개 국군병원은 19일 비보를 접한 유족들이 속속 도착해 시신을 확인하면서 울음바다로 변했다.

▲ 유족 표정

이건욱·조정웅·이태련 상병의 시신이 안치된 양주병원을 찾은 유족들은 빈소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오열하며 군의 사고예방과 사후조치 미흡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태련 상병의 어머니 배옥자(51)씨는 "얼마 전 편지를 보내 잘있다고 한 아들이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아들이 4월에 휴가를 나와 총기를 난사한 김 일병에 대해 '정신병자 같다'고 말했는데 부대에서 그 일병을 감싸고 돌아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이건욱 상병의 형 건희(24)씨는 "총에 맞은 동생이 살려고 발버둥을 쳤을 텐데 병원 이송이 늦어 숨진 것 같다"며 "부대에서 신속히 조치를 취했으면 살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성남 수도병원에 안치된 차유철 상병의 아버지 정준(52)씨는 "지난 4월 휴가나온 아들이 체력도 좋아지고 건강해 안심했었고 어버이날에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대견스러웠다"며 아들의 사망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포천 일동병원에 안치된 김종명 중위의 형 종범씨는 "종명이한테 애인이 없어 얼마 전 휴가 나왔을 때 미팅까지 주선해줬다"며 "누구보다 성실하고 착한 아이였는데 전역을 열흘 앞두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흐느꼈다.

▲ 희생자들 면면

연천 전방GP 총기난사 사건으로 숨진 장병들은 모두 믿음직한 신세대 군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CP장 김종명 중위(학군 41기)는 완주 태생으로 2003년 전주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입대한 전도유망한 예비 경찰이었다.

김 중위는 융자받은 농어촌 학자금을 갚기 위해 장교로 입대했으며 최근 장교기숙사에서 나와 자취방을 얻고 경찰공무원 시험에 전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중위의 형 종범씨는 "방학 때면 아르바이트를 해 용돈을 혼자 벌어 썼고, 최근에는 내가 시간강사하며 왔다갔다 하기 힘들 것이라며 차도 한 대 사줬다"고 말했다.

조정웅(충북대 1년) 상병은 2대 독자로 GP 위험수당을 모아 아버지에게 디지털카메라를 사드렸고, 외아들인 이태련(청주대 1년) 상병도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을 모아 부모님께 커플반지를 '깜짝선물'한 효자였다.

또 차유철(부산외대 1년) 상병도 지난 4월 휴가를 나와 가족회식 때 푼푼이 모은 월급으로 삼겹살과 음료수를 사오는 등 살가운 아들이었고 박의원(충북대 1년) 상병은 부모님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희망대학을 낮춰 지방국립대로 진학한 속 깊은 아들이었다고 유족들은 말했다.

김인창(순천대 1년) 상병의 아버지 김길남(53)씨는 "제대해서 아빠일을 돕겠다는 효자였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라며 "용돈을 못 줘 더 가슴이 아프다"고 슬퍼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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