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희망과 한계' 동시 체험

입력 2005-06-20 08:44:24

<세계청소년축구>

19일 브라질에 0대2로 져 2005세계청소년축구(20세 이하)선수권대회를 마친 한국 청소년축구대표팀은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세계적인 강팀들에 크게 밀리지 않고 잘 싸웠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속한 F조는 디펜딩 챔프 브라질, 아프리카 챔피언 나이지리아, 유럽의 복병 스위스로 구성된 '죽음의 조'였다.

한국이 만만찮은 적수들을 상대로 어느 한 경기도 크게 무너지는 일 없이 1승2패로 대회를 마쳤다는 것만 해도 어느 정도의 성과는 달성했다는 평가다.

1승 목표로 삼았던 스위스와의 1차전에서 1대2로 역전패하는 바람에 험난한 여정을 걸어야했지만 나이리지아를 상대로 2대1 대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한때 조별리그 통과를 꿈꾸기도 한 것.

김호곤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옛날보다는 세계 축구와의 격차가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스코어상으로도 그렇고 경기 내용도 일방적으로 몰리지는 않았다.

세계의 벽에 가까워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성화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아주 강한 조에서 좋은 팀들과 경쟁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배우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나이지리아같은 강팀을 이긴 경험은 앞으로도 도전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줄 것"이라며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전술 문제와 행정적인 준비 미숙,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한계 등을 다시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드필드를 거치는 아기자기한 플레이를 배제하고 지나치게 롱패스에 의존했다는 점이 청소년대표팀의 전술적인 미스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일단 수비를 굳히고 역습을 노린다는 전략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짧고 정교한 패스보다는 수비진에서 곧바로 상대 뒷공간을 향해 롱킥을 남발해 공수연결에 좋지 못한 흐름을 초래했다는 것.

김 전 감독은 "수비가 공격의 시작인데 자주 잘리는 바람에 연결이 되지 못했다"고 했고 박항서 전 국가대표팀 코치도 "수비 위주의 작전을 펼치는 바람에 공격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대한축구협회와 청소년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상대팀 전력 분석과 대표선수 차출 문제 등에서 보여준 행정능력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평가다.

우선 1차전 상대 스위스에 대해 협회와 코칭스태프는 유럽 빅리그 소속 선수들이 대부분 빠진 지역예선 경기 비디오 테이프 한 개만으로 '1승 제물로 삼을 팀'으로 쉽게 단정짓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박주영, 백지훈, 김승용(이상 서울)의 차출 기간을 둘러싼 프로축구 FC서울과의 분쟁을 적극적이고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 점도 한때 팀 분위기를 어지럽게 했다.

그 밖에 선수들의 기본기와 전술 운용능력이 떨어진다는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한계도 여실히 드러났다.

박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 대해 "선수의 자질은 최고라고 할 수 있지만 기술이 떨어진다.

우리는 억압적인 환경에서 개인기보다는 조직력을 다지도록 교육을 받아 기술이 약한 것"이라며 성적지상주의가 판치는 한국 축구의 구조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감독은 또 "기술뿐 아니라 개인의 경기 운영능력도 보완이 절실하다.

조직력과 근성만으로 세계적인 팀에 맞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에멘 연합)(사진)'천재 골잡이' 박주영(20.서울)이 3주일 동안의 고된 원정길을 마치고 20일 오전 청소년축구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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