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한 민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다르다. 같은 민족이라고 보기에는 전혀 다른 가치와 문화, 사상을 갖고 있다. 언어와 외모를 빼고 나면, 나머지에선 같은 점이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남북한이 뭉치면 함께 죽는다."
남북한 통일 전망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말이다.
하지만 아니라고 눈감고 덮어버리기에는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을 담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통일정책연구팀이 한민족이라는 감성적인 동족 개념에 기반한 감상적인 통일론과 성급한 경제교류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현실적인 통일정책 대안을 제시한 연구서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랜덤하우스중앙)를 내놓았다.
이 책은 통일 이후 15년 동안 이른바 내적 통합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과 극약처방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통일독일 경제의 현 주소를 보여주면서 민족을 내세운 통일정책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경고한다.
세계 경제대국 서독은 동독을 흡수 통일한 이후, 천문학적 금액을 동독 경제부흥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독일의 국가 경쟁력은 급락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통일 이전에는 단일민족이란 감정을 공유했던 동독과 서독의 주민들이 이제 '오시'(동독인을 부르는 말), '베시'(서독인을 부르는 말)라 부르며 서로를 헐뜯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독일 통일은 실패했다고 독일인들은 스스로 말하고 있다.
책은 이런 독일 통일의 교훈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독일 통일을 바라보면서 지금까지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남한과 북한이 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분단 이후 남한과 북한이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책은 "도대체 북한과 남한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치와 문화가 과연 몇 가지나 될까"라고 묻는다.
책은 한반도 통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기초로 남북한 간에 미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작업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에는 북한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북한 스스로 변할 수 있도록 현재 진행 중인 북한의 시장개혁이 성공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교류와 협력이 아니라, 세계화 등 절박한 외부 환경에 직면해 북한 스스로 변화해야한다는 위기감을 일깨워주는 것, 그리고 그들이 자본주의 세계속의 일원으로 자리 잡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의 공동 저자중 한명인 박성조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 석좌교수는 "한심한 한건주의식 지원과 복수 중복 지원으로 북한 정부에 이용당하는 행태는 절대 지양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것은 북한의 변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04쪽. 1만5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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