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브라질戰 길거리 응원 이모저모

입력 2005-06-19 01:53:50

2005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F조 조별리그 최종전 한국 대 브라질과의 경기가 열린 18일 밤 광화문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다시 붉은 융단이 깔렸다.

='토요일 밤의 열기'…축구장 나들이 인파 '북적'=

○…전광판 응원이 펼쳐진 상암 월드컵구장에는 가족·연인, 또는 친구 단위로 경기장을 찾은 3만명의 시민이 경기 시작전부터 뜨거운 응원전을 펼치며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염원했다.

상암 구장에서는 FC 서울 측이 오후 8시30분부터 전광판을 통해 영화 '말아톤'을 상영해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의 호응을 얻었으며 이후 월드컵 예선전과 청소년 선수권 대회 하이라이트를 즐기며 경기를 기다렸다.

경기가 시작하자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한국 청소년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애타게 기원했다.

마침 경기가 토요일에 열려 시민들은 밤늦은 시간에도 부담없이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 '붉은 꽃밭 속 노란 벌(?)' 브라질인도 열띤 응원=

○…2만여명의 붉은 악마가 운집한 광화문 사거리에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브라질을 연호하는 3명의 브라질인도 눈에 띄었다.

서울의 브라질 음식점에서 일한다는 카를로스(28)씨는 노란색 브라질 유니폼을 입고 '브라질!'을 연호하며 자국팀의 승리를 기원했다.

그는 "브라질이 꼭 이겼으면 좋겠다"며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놨으나 옆에서 함께 응원하던 다른 브라질인 플라비오(28)씨는 "사이좋게 1대 1로 비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 이색 패션, 응원도구도 눈길=

○…길거리 응원에 나선 축구팬들은 저마다 개성있는 패션으로 축구 뿐만 아니라 응원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등에 태극기를 매단 채 광화문을 찾은 박정수(38)씨는 "붉은 옷이 없어 예전에 홍보를 위해 구입했던 스파이더맨 옷을 입었다"며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아버지와 함께 처음 길거리 응원에 나선 김세화(여·9·신길초2) 양은 학교에서 배우는 장구를 가져나와 대~한민국 리듬에 맞춰 신나게 두들겨 주위의 흥을 돋웠다.

많은 축구팬들이 얼굴과 팔 등에 태극기 등을 그려넣고 응원에 동참했으며 막대풍선과 폭죽, 확성기 등 다양한 도구를 동원해 응원의 열기를 달궜다.

=시내 호프집·포장마차서도 '대~한민국'=

○…신촌과 대학로, 강남 등 시내 유흥가의 호프집 등은 술잔을 기울이며 한국팀의 승전보를 애타게 기다리는 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업주들은 홀에 비치된 TV를 축구가 방송되는 채널에 고정시켰으며 손님들은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시선을 고정하고 골이 터지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전반 초반 브라질이 선제골을 터뜨리자 아쉬움 섞인 탄성이 곳곳에서 새어나왔으나 곧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응원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길거리 응원 위해 전국서 상경=

○…네덜란드 엠멘에서 열리는 한국 대 브라질전을 직접 관람하기 위해 국제선 항공권을 끊은 축구팬만이 진정한 팬은 아니었다.

길거리 응원전을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서울을 찾은 지방 축구팬들도 이날 밤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목청껏 응원했다.

인천에서 부인과 아들·딸을 모두 데리고 상암구장을 찾은 윤완섭(42)씨는 "인천 문학경기장에도 전광판 응원이 펼쳐지지만 월드컵 4강의 감동을 안겨준 상암구장에서 응원하고 싶어 가족과 함께 서울에 왔다"고 말했다.

목포에서 올라온 양명기(68)씨도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나이도 잊은 채 젊은 붉은 악마들과 혼연일체가 돼 뜨거운 응원전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 응원전도 '후끈'=

○…길거리 응원에 동참하지 못한 네티즌들도 집에서 TV를 지켜보며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실시간 댓글로 '사이버 응원전'을 벌였다.

네티즌들은 한국 선수의 슛이 골대를 벗어날 때마다 아쉬움의 글을 남겼으며 일부 네티즌은 예리한 분석으로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당부하기도 했다.

나름대로 관전평과 함께 전략을 내놓던 네티즌들은 후반 브라질의 두번째 골이 터지자 수비진의 실수를 꼬집으면서도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 한 골이라도 만회하기를 기원하는 글을 남겼다.

=응원 열기 활용 상인들 '활기'=

○…월드컵 공식 티셔츠 제조업체 협의회는 이날 한국이 브라질을 꺾거나 비기면 2만5천원 상당의 2002 월드컵 공식 티셔츠를 2천500원에 선착순 배포키로 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협의회는 한국 팀이 지더라도 홈페이지를 통해 댓글 응원을 펼치는 네티즌들에게 같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광화문과 상암구장에도 김밥 등 먹거리 또는 응원도구와 폭죽 등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분주한 발걸음으로 응원 인파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모처럼 맞은 '길거리 응원 특수'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16강 진출? 좌절? '헷갈리네'=

○…전광판 및 길거리 응원전에 나선 축구팬들은 한국팀이 브라질에 2-0으로 패했지만 다른 팀의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끝까지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시민들은 경기 막판 패배가 가까와 오면서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가늠했지만 경기 종료 직후 16강 진출 여부가 곧바로 알려지지 않자 일부 팬들은 "혹시 16강에 진출한 게 아니냐"며 기대에 부풀기도 했다.

그러나 각조 3위를 비교한 결과 승점에서 우리나라가 '와일드카드'를 따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 전광판을 통해 알려지면서 2시간 넘게 목이 터져라 응원한 시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브라질…" 아쉬움에 자리 못 뜨기도=

○…광화문 네거리에서는 후반 30분을 넘기면서 슬슬 자리를 뜨는 팬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으나 상암 구장에서는 후반 막판까지 선수들이 기적을 연출해주기를 바라며 응원을 펼치는 시민들의 열기가 식지 않았다.

결국 2-0 패배가 확정되자 시민들은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갔으나 일부 팬들은 아쉬움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전광판을 쳐다보기도 했다.

일산에서 길거리 응원을 위해 광화문을 찾은 조은실(20·여)씨는 "진 것은 아쉽지만 브라질을 상대로 이 정도면 잘 싸웠다"며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많은 시민들은 집으로 가기 전에 광화문 근처의 호프집 등을 찾아 맥주로 갈증을 달래며 경기 내용을 복기하는 등 패배의 아쉬움을 달랬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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