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도 없고, 뽑을 사람도 없네요.'
대구 서구청과 대구북부지방노동사무소가 17일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서구청 민방위교육장에서 '2005년 상반기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28개 업체가 면접부스를 설치한 이번 행사에 2천627명이 몰려 여전히 심각한 취업난을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뽑는 자'와 '뽑히는 자' 사이에 눈높이는 여전히 달랐다.
△갈 곳이 없네요
섬유공장에서 일하다 불황으로 건설업쪽으로 발길을 옮겼지만 2년 전 공사 중 발목을 다쳐 장애6급이 된 김민수(45.가명)씨. 빌딩 경비직을 뽑고 있는 한 중소기업 앞에서 안절부절하던 그는 "나이 많은 실업자 배려 좀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6개월 전 한 사립대 정보통신과를 졸업한 박모(26)씨도 "지망할 곳이 마땅찮기는 젊은 사람도 마찬가지"라며 쓸쓸하게 발길을 돌렸다.
호텔 서비스업에 지원원서를 넣은 김모(25·여)씨도 "원서를 넣긴 했는데 초봉이 월 100만원 정도여서 별 기대가 안된다"며 "다음 채용박람회에는 임금 조건도 좋고 사업소재지도 괜찮은 업체들이 많이 참여해 많은 구직자들을 채용해 줬음 좋겠다"고 말했다.
3천장의 응시원서가 모두 바닥난 이 날, 오후 6시에 집계된 현장 채용자 통계에 따르면 모두 28개 업체가 101명을 현장 채용했다.
△뽑을 사람 없네요
"입사지원서를 깔끔하게 정리해 오는 구직자가 없더군요. 원서가 곧 첫인상인데 구직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없어보이면 우리도 뽑고자 하는 의지를 잃어버리거든요."
인력파견 업체인 (주)팔봉의 조원호 계장은 구직자들의 '묻지마 지원'에 대해 지적했다.
통신사 미납관리 상담원과 일반사무직 11명을 뽑는 이 업체에는 모두 24명의 구직자가 몰렸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이 2명 정도였다는 것. 조 계장은 "주5일 근무여부, 급여 수준, 초과 근무 여부 등을 많이 묻는데 고용주는 쉽게 일하는 직원에게 높은 임금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구직자 1명을 뽑는 월마트 성서지점 정경옥 인사팀장은 "모두 40명의 지원자 중 토익 800점 이상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일찍 자리를 접었다.
44명의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린 참편안요양병원 이형철(37) 원장은 "경력, 본인의 구직 의지, 적극성, 희망연봉 등을 유심히 살펴 채용할 예정인데 마음에 쏙 드는 구직희망자가 눈에 띠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지난 해와 달리 대부분 업체가 만 45세 미만의 취업희망자로 연령을 제한했으며 (주)팔봉이 10명을 현장에서 채용 결정했다.
대구북부지방노동사무소는 이력서작성 요령 등 면접클리닉을 운영했고 서구보건소는 구직자들에게 혈압.비만도 검사, 금연 클리닉 등 다양한 건강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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