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2+4제' 개편"…공청회 무산

입력 2005-06-18 09:22:27

교육인적자원부가 약학대 학제 개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려던 공청회가 대한의사협회 실력 저지로 무산돼 다음달 5일 다시 열리게 됐다.

현행 4년인 약대 학제를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한 연구진은 학부과정 2년을 끝낸학생을 뽑아 4년간 전문교육을 실시하는 '2(예과)+4(본과)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제안을 내놨다.

교육부는 홍후조 고려대 교수팀에게 맡긴 '약학대 학제 개편 방안' 정책연구 결과에 대한 각계 의견을 듣기 위해 17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공청회를 열려 했으나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 등 120여명이 집기 등으로 입구를 봉쇄, 무산됐다.

이들은 "교육부가 공청회가 열리기 불과 1주일 전에 공문을 보내 의료계를 대표할 지정 토론자를 선정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약대 학제 개편 문제에 국민 건강이 달려 있음에도 졸속 날치기 공청회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의사회, 약사회 등은 논의 끝에 공청회를 다음달 5일 다시 열기로 합의한 뒤 오후 5시30분께 해산했다.

한편 홍 교수는 이날 미리 공개한 정책연구 설명 자료에서 "특수 전문직업인 양성에 필요한 적절한 수학기간 확보, 약사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실무실습기간 확보, 6년제 약대의 세계적 추세 등에 맞춰 약사 양성교육은 수학기간 6년이 적절하다"며"새 약대 학제로 2+4체제를 교육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수학기간 6년은 예비과정 2년과 본과 4년으로 2년간의 기초·교양교육 및 3년간의 전문지식교육, 1년간의 실무실습교육으로 구성된다.

특히 2년간의 기초·교양교육은 약대에서 관여하지 않고 기초과학 등 유관 학과에 포함돼 실시되며 약대에서는 전문지식교육과 실무교육을 통해 4년간 약사양성 교육에 몰두하는 교육체제라고 홍 교수는 강조했다.

다시 말해 의대처럼 고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예과생을 미리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과정 2년을 마친 학생을 본과생으로 선발함으로써 고교 졸업생의 약대 진학경쟁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는 것.

또 지정토론 자료에서 신광식 대한약사회 상임이사는 "약학교육의 연한 연장 문제는 국민보건 측면과 직업전문인 양성 측면에서 전문적으로 검토돼야 할 과제로, 약사의 직무는 약사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약학교육 연한 연장이 (의사 등의)직무영역 침범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정미 서울대 교수(약대)는 '여러 모형 가운데 학제 변경이 수월하면서도 약대구성원이 선호하는 '보장형 6년제'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송재찬 보건복지부 의약품정책과장은 "교육부에 약대 학제 연장을 요청한 것은약사회 등 특정 단체의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고 약사 인력 양성제도를 세계적 기준에 맞춰 정비하고 실무교육을 강화해 대국민 의약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인력양성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강근 서울대 교수(자연대)는 "약대 학제 개편으로 가뜩이나 열악한 기초과학분야 기반이 더욱 잠식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고 임종필 우석대 교수(한약학)는"한약학과도 당연히 포함해 학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개편안을 7월 말까지 확정해 오는 2009학년도부터 적용할 방침이지만의사협회측이 "약대가 4년제에서 6년제로 개편되면 엄청난 추가 교육비와 조제료 인상분이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며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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