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살아 평생 다 해볼 수 없는 4 가지가 있다고 한다. 중국 음식을 다 못 먹어보고(음식 종류가 워낙 많아서), 중국 땅을 다 가볼 수 없고(너무 광대해서), 중국말을 다 못 해보고(방언이 너무 많아서), 중국 글자를 다 못 써보고(한자의 수가 너무 많아서) 일생을 마친다는 것이다. 우스개가 아니다. 국토 면적 세계 4위에 세계 최대인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에선 실제가 그러하다.
◇ 높아가는 중국의 국제적 위상과 더불어 지금 중국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수 많은 유학생들과 비즈니스맨들이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어로 사업을 한다. 한데 이게 만만치가 않다. 사성(四聲)이라는 높낮이가 다른 4 가지 성조가 있는데다 발음도 쉽지 않다. 베이징(北京) 사람과 상하이(上海) 사람, 푸지엔(福建) 사람 등이 만났을 때 상대방이 표준어인 베이징어를 모를 경우 통역을 써야만 대화가 가능하다. 광둥(廣東)어는 성조가 무려 구성(九聲)까지 있다. 각 지방의 방언도 셀 수 없이 많다.
◇ 특히 서양인들에게 중국어는 쉽지 않은 언어다. 한자는 난공불락이다. 제법 중국말을 잘 하는 사람들도 한자 만큼은 거의 그림 그리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중국어와 한자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 최근 중국 정부가 중국어를 영어에 맞설 수 있는 제2의 국제어로 만들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오는 7월 베이징에서 '세계 한어(漢語)대회'를 여는 것이 신호탄이다. 중국이 대외적으로 중국어 교육에 나섰던 1951년 이래 중국어 주제 국제학술대회로는 최초다. 정부의 치밀한 계획아래 지난해엔 국무원 산하에 '국가 대외 중국어 교육 영도 소조(領導小組)'까지 신설했다. 5년내 중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을 1억 명까지 늘린다는 계획 아래 전초기지격인 '공자학원(孔子學院)'을 세계 각국에 세운다는 것이다.
◇ 이미 제1호 공자학원이 작년 11월 서울 역삼동에 설립되었다. 중국은 앞으로 전 세계에 100개의 공자학원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류(韓流) 영향으로 한국어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 전에 없이 높아진 요즘이다. 하지만 허구한 날 정쟁과 경제문제로 갈팡질팡하는 우리 정부는 한국어 대외 교육 같은 문제엔 관심이 없다. 영어에 도전장을 낸 중국 정부의 야심이 부럽다.
전경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