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주민찬성률'로 결정…정부발표 '비난'
정부가 16일 오후 방폐장 부지 선정기준에서 주민찬성률이 높은 곳에 방폐장을 짓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비판이 일고 있다. 국가 주요 정책을 주민 찬성률로 정한 전례가 없는데다, 여론을 핑계 삼아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해당주민 투표결과 찬성률이 가장 높은 지역을 방폐장 최종부지로 정한다는 방폐장 부지선정 기준을 16일 발표했다. 당초 정부는 방폐장 부지선정 기준으로 △지질 안전성 △사업추진 여건 △주민 수용성 세 가지를 제시했으나, 결국 주민 수용성(찬성률)으로 부지를 선정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대해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방폐장 건설 같은 국가 주요정책은 주민동의를 토대로 정부가 결정을 내린 뒤 국민을 설득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옳다"면서 "원전이 있는 곳 가운데 주민들이 반대하지 않는 곳을 후보지로 정한 뒤 사업추진 여건을 면밀히 따져 정부가 입지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지자체 간 유치전이 벌어지면서 지역 간 찬성률 차이가 근소할 가능성이 큰데, 그 차이가 지역 간 변별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민 찬성률로 방폐장 부지를 정할 경우 자치단체 별로 주민 설득경쟁 및 홍보전이 빚어질 것이 뻔한데, 그런 식으로 '조장된' 여론을 선정 기준으로 삼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시각이다.
윤대식 영남대 행정학부 교수는 "방폐장 부지선정 경우 공정한 평가기준을 만든 뒤 전문가 집단으로 하여금 점수를 매겨 평가해야 정상인데 국가 중대사를 주민 찬성률로 정하겠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발상"이라며 "여론 이름을 팔아서 국가의 중요 의사 결정을 쉽게 하자는 책임 회피 자세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장식 포항시장도 "여론몰이식보다 정부, 전문가 및 시민단체대표 등이 참여하는 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원자력발전소가 많은 지역에 대한 보상차원의 배려, 원전과의 근접성, 지역낙후성, 안정성(지질) 등 모든 것이 충분히 반영, 선정돼야 할 것"이라 말했다.
향후 140년간 써야 하는 방폐장을 지으면서 정부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운반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생각은 않은 채 찬성률이 높은 곳에 입지시키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동해안에 국내 원전의 62%가 집중돼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폐기물을 서해안 지역으로 이송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와 비경제성·비효율성을 선정 기준에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
일본의 경우 방사성 폐기물을 이송할 경우 일반 차량의 통행을 금지하며 바다로 운송할 경우에도 호위선을 동행하게 할 정도로 방사성 폐기물 이송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