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가 人生테마 돼버렸죠"
문화재발굴 연구가인 이순우(李舜雨·43)씨의 인생 테마는 '문화재'다.
경산 출신으로 영남고와 고려대 정외과를 졸업한 그가 첫 취직한 곳이 대우증권이었는데, 증권맨은 여가 시간이 많아 우연히 문화재에 관심을 두게 됐고 그게 요즘엔 전업거리가 돼 버렸다.
"문화재에 대해 잘못 알려졌거나 잘못 기록된 것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그런 것을 하나하나 조사하다가 보니 너무 많이 와 버렸어요. 그래도 저는 아마추어입니다.
"
그는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전문가가 타성에 젖거나 쉽게 흘려버려 놓치는 부분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매년 1권 정도 책을 쓴다.
무슨 거창한 것이 아니라 문화재에 대해 잘못 기록된 것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확인한 것을 보고서 형식으로 엮는다.
'제자리를 떠난 문화재에 관한 보고서 1.2', '테라우치 총독 조선의 꽃이 되다 1'이 이미 출간됐고, 곧 '테라우치~2'가 출간된다
테라우치 총독이 조선의 꽃이 됐다는 말이 이상해 갸우뚱하니 그가 우리나라 고유 식물에 일본인 이름이 붙여진 사연을 얘기했다.
"우리 고유식물의 상당수는 일제강점기 때 도쿄대 교수였던 나카이가 조사해 학계에 보고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식물에다 일본인 유명인사의 이름을 붙였어요. 도라지 계통인 평양지모를 사내초(寺內草), 곧 테라우치라고 명명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금강초롱은 화방초(花房草)로 초대 공사인 하나부사의 이름을 땄죠."
청와대 홈페이지와 서울시청 건물에 대한 얘기도 이어갔다.
"청와대 홈피에 들어가면 총독관저가 대일본(大日本)의 대자였다고 적혀 있습니다.
대(大)자는 청와대 뒤쪽 산의 모양이 그렇다고 얘기하는 것이 정설이죠. 총독관저는 네모 반듯했습니다.
과거 중앙청이 일(日), 서울시청이 본(本)자형 이라고 합니다.
하나 서울시청을 굳이 그렇게 보려 한다면 찌그러진 본(本)자죠. 기록에는 활궁(弓)자로 설계했다고 돼 있습니다.
"
경복궁에 있는 보물급 석탑인 '영전사 보제존자 사리탑'에 대한 사연도 말했다.
"웅곡 원천석의 기록을 보면 원주에 영천사가 나옵니다.
영전사는 어디에도 없어요. 보제존자 나옹화상의 사리를 원주 영천사에 탑을 만들어 봉안했는데 일제가 이 탑을 서울로 옮겼습니다.
"
'제야의 종'도 문제삼았다.
불교식 관습인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은 일제 강점기인 1928년 KBS의 전신인 경성방송국이 방송용으로 기획한 것이란 것. 제야의 종을 치려면 절에서 쳐야지 보신각에서 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한다.
그는 2, 3년 전부터 작가가 됐다.
그리고 당분간 그 길을 가겠다고 한다.
"어려움은 있습니다.
답사하고 도서관에서 자료를 뒤지고 하는 일이 무슨 돈이 되겠어요. 그러나 의미있는 일이고 재미가 있어 몇 년 더 해볼 생각입니다.
"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