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창업] '눈으로 꿀꺽' 맛있게 보이는 것도 '예술'

입력 2005-06-17 09: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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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직업' 푸드디자이너

'뭐니 뭐니 해도 먹는 장사'. 먹는 장사만큼 수요 많은 업종이 없다는 의미다.

가장 많이 망하는 것도 먹는 장사. 먹는 가게를 직접 창업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

그렇지만 외식산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더 맛있는 것을 찾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번주 취업면은 외식산업에서 색다른 일자리를 개척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요리 위에 예술이라는 양념을 치고 있었다.

◆요리, 화장하다

김희정(28·여)씨는 대구에서는 보기 드문 '푸드코디네이터' 명함을 갖고 다닌다.

푸드코디네이터란 쉽게 말해 음식을 꾸미는 직업. 예쁘게, 맛깔스럽게 꾸며내는 것이 일이다.

현재 음식 전문 촬영업체인 (주)알티엠 대구지사에서 근무한다.

알티엠은 각 외식업소의 간판·메뉴판용 사진을 전문으로 찍어주는 곳. 김씨는 이곳에서 '요리를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푸드코디네이터로 뛴 지 올해로 2년. 월급과 강사료 등을 합쳐 월평균 200여만 원을 번다.

아직은 수입이 적은 편. 외식업계 전반의 경험을 쌓는 과정이어서 지금은 수입보다는 '현장학습'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김씨는 말했다.

대구에서 꽤 유명한 고깃집, 해물탕집 간판에 그의 작품이 들어가 있다.

갈수록 '보는 음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일감은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까지 땄습니다.

제 대학 동기들은 영양사로 진출했는데 평범한 것보다는 색다른 것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서울에서 물어물어가며 푸드코디네이터 공부를 했습니다.

"

그는 외식업소뿐만 아니라 가정주부들의 교육수요도 많다고 했다.

'잘 차려진 식탁'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

푸드스타일리스트답게 그는 라면도 독특하게 끓인다.

국물과 면발의 비율을 보기 좋게 맞추고, 콩나물과 바지락을 얹어 '강조'를 준다.

그는 앞으로 모든 음식점이 이 같은 조류를 탈 것이라고 했다.

◆얼음 조각가의 변신

최두목(47) 경주 현대호텔 조리팀 실장은 '아티스트'다.

조각의 명수. 뭐든지 깎아내 '예쁜 것'을 만들어낸다.

당근으로 앵무새를 만들어 요리 위에 올리고, 선글라스 쓴 단호박을 빚어낸다.

모든 야채·과일이 조각 대상이다.

그는 원래 얼음 조각 전문가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연회가 열릴 때면 입구에 자리한 멋진 얼음 조각상. 최씨는 20년 가까이 이 일을 해왔다.

"얼음 조각이 주전공인데, 요즘은 부전공에 노력을 더 쏟습니다.

사회의 경향 때문이죠. 요즘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도 기분을 내려고 합니다.

음식맛 하나만으론 만족하지 못하는 세상이 온거죠."

그는 당근으로 만들 수 있는 꽃모양만 수십 가지나 개발해뒀다.

요리가 명품 대접을 받으려면 '작품'이 빠지면 안 된다.

"코디가 없는 음식은 앞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이 될 수 없을 겁니다.

외국에 나가보세요. 밀가루를 재료로 인형을 만들어 접시 위에 올려놓습니다.

손님들이 굉장히 재미있어 합니다.

"

현재 호텔에서의 연봉은 4천여만 원. 고졸 학력이지만 얼음 조각에 이어 푸드 조형물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면서 호텔 내에서의 '주가'도 오르고 있다.

현재 '차가운 음식' 위주로 조형물을 빚어내지만 앞으로는 모든 음식에 도전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디자인을 입히지 않는 음식은 가치가 없을 것이라는 최 실장은 모든 식당이 푸드 디자인 인력을 구하기 위해 애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사진: 음식에 디자인을 입히는 작업이 각광받고 있다. 푸드코디네이터 김희정(28.사진 왼쪽)씨와 최두목(47) 경주 현대호텔 조리팀 실장은 이 분야에서 앞서 달리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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