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치라고 상공회비 냈나"…불신 확산
"여보세요, 대구상공회의소죠? 기업인들이 상공회비 내놓으니까 그 돈으로 골프 치고, 술대접합니까? 우리가 그러라고 회비 낸 줄 압니까?"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의 이른바 '맥주병 투척 사건' 이후 대구상의에 잇따라 걸려오는 전화 내용이다. "상의회장이 직접 나서 골프접대, 술접대하면서 정치인들에게 저자세로 일관하다 보니, 결국 국회의원들이 면전에서 술병을 집어던질 만큼 경제계 위상이 추락했다"는 비판, "앞으로 접대시엔 병으로 된 양주·맥주 대신 맞아도 안 아픈 PET 맥주만 올리라"는 비아냥도 쏟아지고 있다. 일부 중소업체들은 "이래서야 회비 못 내겠다"는 의견까지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취해 난동을 부린 국회의원 못지 않게, "툭하면 그들과 '술판, 골프판'으로 어울려왔다"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상의는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원업체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물론, 대구시민들이 상의를 '술 마시고 골프 치는 집단'으로 볼까봐 겁을 내고 있다.
대구상의는 이번 사태에 관한 입장에 대해 '지역정치권과의 갈등은 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이라며 앵무새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구상의 측 참석자들은 "사건 당시 화장실에 갔었다"고 얘기하는 등 '난동 스토리'를 입에 올리지도 않고 있다.
그렇다고 대구상의의 내부 동요까지 감추지는 못하고 있다. 노희찬 현 회장이 내년 3월엔 임기를 마감하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가운데 '과연 앞으로 누가 상공회의소 회장이 되려고 하겠느냐'는 얘기들이 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대구의 실제적 여당'인 한나라당이 '정치자금 안 준다' '대접이 시원찮다' 등의 말을 노골적으로 하는 마당에 누가 이런 부담을 안고 차기 회장이 되려 하겠느냐"라고 털어놨다.
특히 '난동 사건'이 불거진 골프 회동에 대구상의 부회장단 상당수가 불참, 국회의원들 불만을 샀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차기 상의회장후보 그룹으로 유력시되는 '부회장단'이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당시 골프 모임에 참석한 부회장은 전체 11명 중 함정웅 부회장, 이희태 상근부회장 등 2명뿐이었다.
대구상의는 또 내년 100주년 행사에다,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달성상공회의소와의 송사 등 여러 가지 중요 사안이 걸려있는데 이런 사태가 터지면서 '여론의 불신'이 확대, 중대사 처리에 지장을 빚을까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시 술자리에서 곽 의원과 '한판 대결'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노희찬 회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세계상공회의소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17일 출국하는데, '잠시 도피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의식, 관례적으로 내던 '출국 보도자료'를 내지 않고 떠나는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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