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청소년축구>한국, 나이지리아에 기적의 역전승

입력 2005-06-16 09:18:58

한편의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였다.

승리의 여신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불사른 한국 청소년대표팀에게 미소를 지었다.

16일 새벽 네덜란드 에멘의 에멘스타디움. 2005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F조 조별리그 나이지리아와의 2차전에서 0대1로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 44분.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종료 직전 '3분의 기적'이 시작됐다.

페널티지역 아크 오른쪽 외곽에서 백지훈이 드리블로 돌파하다 프리킥을 얻어냈다.

키커는 앞서 후반 3분 페널티킥을 실축한 박주영. 예리한 눈으로 수비벽과 골대를 응시한 박주영은 반대편 골문 왼쪽으로 그림같이 휘어지는 오른발 프리킥을 날렸고 볼은 포물선을 그리며 몸을 날린 골키퍼를 피해 골 네트를 세차게 흔들었다.

철저히 수비를 하다 동점골을 내준 나이지리아는 당황하며 급격히 조직력이 흔들렸다

무승부도 다행이라며 안도하던 후반 인저리타임 2분, 박주영이 다시 돌파구를 마련했다.

아크 정면에서 수비수를 따돌리고 박주영이 회심의 땅볼 슛을 날렸고 볼이 골키퍼 손에 걸린 뒤 왼쪽 골라인 쪽으로 굴절되자 이번에는 백지훈이 달려들었다.

골지역 왼쪽 사각에서 쐐도한 백지훈은 대포알같은 왼발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골키퍼와 골문 사이에 유일하게 각도가 살아있는 좁은 틈을 비집고 천금같은 역전골이 터졌다.

예선 탈락의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 청소년축구가 축구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내며 16강 진출의 희망을 되살린 순간이었다.

박주영은 후반 팔이 탈골되는 아픔을 딛고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뽑아낸 뒤 백지훈의 역전골에 디딤돌을 놓는 슈팅으로 이름값을 했다.

이날 박주영-신영록-김승용을 스리톱에 놓고 포백을 가동한 한국은 킥오프 직후 치네두 오그부케, 솔로몬 오코론쿼에 연속 슛을 허용해 불안하게 출발했다.

한국은 전반 18분 데이비드 아브오에게 역습을 허용해 실점했다.

존 오비 미켈의 롱패스를 받은 아브오는 미드필드 오른쪽을 뚫고 질주한 뒤 골문에서 뛰쳐나온 골키퍼 차기석을 제친 뒤 오른발 슛을 때렸고 볼은 몸을 날린 안태은의 방어막을 벗어나 네트에 꽂혔다.

나이지리아의 공세에 계속 시달린 박성화 감독은 이요한을 신형민 대신 투입하면서 스리백으로 전환해 승부수를 띄웠다.

미드필더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여러 차례 골 기회를 잡았으나 불운에 울었다.

'마스크맨' 신영록이 전반 42분 문전 혼전 중 벼락같은 왼발 터닝슛을 때렸으나 볼은 왼쪽 골포스트에 맞고 상대 골키퍼의 등에 맞은 뒤 다시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후반 초반에도 김승용의 스루패스를 받은 안태은이 문전을 돌파하다 나이지리아 수비수 오녜카치 아팜의 태클에 걸려 페널티킥을 얻어냈으나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후반 3분 키커로 나선 박주영이 골문 정면으로 강한 오른발 슛을 때렸으나 안타깝게도 오른쪽으로 다이빙한 골키퍼 반젠킨의 다리에 걸렸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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