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위기속 지도층 불화라니

입력 2005-06-15 11:25:12

대구 경제가 침체하고 각종 현안 역시 제대로 풀리지않는데도 지역 사회를 이끌고 나가야할 지도층의 불화와 반목은 갈수록 심각해 시민들의 우려가 높다.

지난 4일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벌어진 국회의원·상공인 충돌사건은 그동안 지역 상공인과 한나라당 의원 사이에 쌓여온 상호 불만이 술김에 표출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날 사건은 우발적이었지만, 그 밑바탕에는 장기불황의 돌파구를 찾지못한 지역업계가 한나라당에 대해 갖는 불만, 한나라당이 나름대로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데도 이를 몰라주는 상공인에 대한 불만이 서로 충돌하면서 빚어진 일이란 것이다.

사건 당시 상공인들은 '대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모두 당선시켰는데 지역 경제를 위해 무엇을 했나'며 지역의원을 몰아세웠고 의원들은 '대구경제 몰락의 책임이 상공인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맞받아 고성이 오갔다.

국회의원들은 이에 대해 "대구의 상공인들에 대해 일부 의원들 사이에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의원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지만 야당의 한계가 있어 제대로 빛을 내지 못하는데도 상공인들이 이를 너무 몰라준다"고 했다.

또 한 의원은 "밀라노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한 것도 상공인들의 책임이 없지않다"며 "지난해는 대구시 예산을 사상 가장 많이 확보할 정도로 노력했는데 상공인들은 상공회의소라는 '그들만의 친목단체'를 만들어 놓았을뿐 지역경제 발전에는 너무 불성실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대구상공회의소는 이 사건의 파장을 우려한 듯 일체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나 폭행사건 당시 '40년동안 한나라당을 뽑아줬지만 대구에 해준게 무엇이냐'는 상공인들의 발언만 미루어봐도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경제계의 불만을 짐작할 수 있다.

지역 지도층의 불화와 반목은 여기에서 그치지않고 공공기관 이전 문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청와대에 있는 지역 출신 인사들을 거명하며 "이들이 자리 보전을 위해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제대로 챙기지않는다"는 역할 부재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내 지역 출신 인사들은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않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반박했다. 한 인사는 "국가 전체의 정책을 입안.추진하는 입장에서 특정 지역 출신이라고 특정 지역만 챙길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며 "대구.경북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모두 표를 몰아준 것은 이들이 지역 현안 해결에 앞장서라는 뜻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를 지켜보는 시.도민들의 시선을 차갑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역 사회의 역량은 그 지역 사회 지도층의 역량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면서 "상공인, 정치인은 물론 지역의 지도층 모두 시.도민들이 자신들에게 무엇을 바라는지를 직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상곤.김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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