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남사~배내골~밀양댐 코스

입력 2005-06-15 11:25:54

운문사에서 시작해 운문령을 넘어 석남사에 이르는 산길 드라이브는 15㎞ 거리다. 석남사에서 운문사로 되돌아가기는 지루할 터. 내친 김에 배내고개를 넘어 배내골-밀양댐을 거쳐 대구로 되돌아오는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비구니 수행도량인 석남사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배내고개를 향해 오르다보면 이내 삼거리다. 오른쪽은 밀양'창녕 방향. 직진 비슷한 왼쪽이 배내골 방향이다.

배내골은 천황산과 신불산, 간월산이 둘러싸고 있는 심산유곡.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골짜기가 깊고 험해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비포장 길과 좁은 도로 뿐이어서 승용차로는 지나기조차 힘들었던 곳. 하지만 지금은 예전의 이런 호젓함은 사라지고 없다.

배내골에서 들러볼 만한 곳은 죽림굴(대재공소)과 파래소폭포다. 죽림굴은 천주교 유적지로 국내 유일의 석굴공소였다. 천주교 탄압이 심했던 기해박해(1839) 당시 교인들이 숨어살던 곳이었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이 지천이어서 영남알프스로 알려진 이곳은 골이 깊고 숲이 울창해 은거장소로 적합했다.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휴양림이 가까이 있고 볼 만한 폭포와 웬만한 가뭄에도 마르지않는 계곡물이 있어 근래에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죽림굴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험하다. 하지만 비록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들러봐야 할 곳이다.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던 초창기 시절,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이어가던 이 지역사람들의 애환을 되돌아볼 만하다.

눈에 잘 띄지않는 입구를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면 안은 깜깜한 자연석굴이다. 당시 신자들은 이 굴 안에서 은신하며 연기를 내지않기 위해 곡식을 물에 불려 먹었다고 전해진다. 카메라 플래시 불빛에 의지해 굴 안을 가늠해본다. 꽤 넓다. 안내문에는 굴 안쪽은 길이 40m, 너비 15∼20m로 100여명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이란다.

덕현재에서 2㎞ 정도를 내려오면 두 가지 방향의 죽림굴 표지판이 있다. 좌측 산길로 난 '죽림굴 7㎞' 표지판은 무시하고 69번 도로를 따라 계속 내려간다. 덕현재에서 4㎞ 정도 내려오면 죽림굴 3.5㎞를 알리는 표지판이 다시 나타난다.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상단' 표지판을 따르면 된다. 마지막 1.4㎞는 비포장길. 승용차로도 조심스럽게 운전하면 갈 수 있다.

파래소폭포는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하단 쪽이 입구다. 휴양림 상단과 하단지구는 연결되어 있지 않아 동시이용이 불가능하다.

배내골은 불과 몇 년전의 호젓함이 사라졌다. 대신 곳곳에서 공사중이다. 예외없이 밀려든 개발물결 때문이다. 도로공사다, 펜션신축이다 해서 온통 파헤쳐 있는 상태다. 운문사에서 운문령을 오르는 길 옆 계곡이 개발물결에 휩싸여 있는 것과 흡사하다. 배내골에 대한 이런 아쉬움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하지만 밀양댐을 끼고 도는 도로를 달리다보면 어느 정도 기분전환이 가능하다.

2001년 11월 완공된 밀양댐은 배내골을 벗어나자마자 나타나는 네거리서 우회전을 해야 만난다. 가뭄에 물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호수는 다른 댐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다. 호수는 골짜기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얼핏 봐서는 큰 강인 것처럼 착각할 정도다. 찻길은 호수의 굽이를 따라 산허리를 타고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오를수록 호수의 모습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한산하면서도 굽이치는 드라이브 길이 운전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밀양댐에서 6㎞정도 내려오면 삼거리다. 우회전은 표충사 가는 길이고 대구로 되돌아오기 위해선 밀양방향으로 좌회전해야 한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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