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진정한 경영자인가'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해 본 적이 없다.
벤처기업계에선 창업한지 몇 년이 되지 않은 사장들이 만들어낸 이른바 대박신화의 거품 때문에 경력이 짧은 사장들이 선호되기도 했다.
나 자신도 7, 8년의 짧은 경력의 경영자여서 그런지 얼마나 배울 것이 많고 알아야 할 것이 많은지 때론 지칠 정도로 일의 홍수에 빠져 산다.
그래도 아침에 눈만 뜨면 새로운 의욕들이 솟아나는 것이 다행이긴 하다.
최근엔 밀려드는 일들로 인해 평정심을 잃고 다소 역정을 내며 일을 했던 경우가 있었다.
무척이나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한 수주가 실패하자 모든 것에 짜증을 내며 진행했었다.
"성공해도 잃는 것이 있고 실패해도 얻는 것이 있다"는 늘 중심에 두고 있었던 가치조차도 부질없게 만들어 버렸다.
시간이 좀 흐른 지금, 뒤돌아보니 실패하고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회사를 이끌고 온 것이 부끄럽게만 여겨진다.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네 탓!"이라는 이기적 생각을 그대로 행하고 있었다.
비교적 상세하게 일에 대해 조율하는 편인데도 권한 위임에 대해 방조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곤 한다.
분명히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지만 불거져 나올 때까지 모른 척했었던 일들이다.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늘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방향을 잡아주어야 하며 관리자로서 늘 주변을 맴돌며 함께 가야한다는 사실을 가끔씩 간과한 대가는 늘 크게 돌아온다.
경영자와 직원들이 하나 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며칠 전 지인의 소개로 박사학위 논문의 자료로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직원들의 직무특성과 조직특성 등에 관련된 내용이어서 설문이 끝난 결과지를 대략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답변을 해서 다소 안심이 되었지만 군데군데 드러나는 문제점은 많았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그렇겠지만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의사교환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인한 불이해와 오해가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경영자는 그 목표와 지향을 위해 열정과 노력으로 구성원 모두가 합의될 때까지 끊임없이 주도해 가야함에도 어느 순간 그 일을 놓아버릴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여러가지 기본적인 사항들이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인식되지도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의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충분한 의사소통이 부족해 우리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그를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서로 공감하지 못하고 그냥 하루하루의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에 무척이나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러나 이런 실패 뒤에 얻은 것도 많았다.
'강한 책임감', '동료의 일에도 항상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동료애',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 '엔지니어로서의 탐구하는 자세와 포기하지 않는 노력', '가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늘 남을 배려하는 부드럽고 여린 마음' 등 평소 느끼지 못했던 직원들의 좋은 점을 발견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직원들의 좋은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결국은 어리석은 경영자가 되고 말 것이다.
처음 회사를 만들었을 때 어느 한 분야에선 꼭 인정받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겠다는 꿈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함께 하는 직원들과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
이제부터는 바쁘다는 핑계로 급한 일부터 처리하며 미루어 왔던 회사의 지향점과 비전에 대해 직원들과 보다 더 상세히 나누어 가며 함께 할 생각이다.
전쟁에서 이기고자 한다면 지장(智將)이 되어야 하며 그보다는 덕장(德將)이 더 훌륭하다고 한다.
지장도 덕장도 아직은 되지 못한 내가 혹여 직원들의 도움으로 감히 복장(福將)을 꿈꿔본다.강은희 (주)위니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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