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宇몰락 진실' 속죄하듯 밝혀야

입력 2005-06-14 17:49:01

5년 8개월의 해외 도피를 끝내고 귀국한 김우중 전(前) 대우그룹 회장은 과연 그가 밝힌 대로 모든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김 전 회장은 검찰 수사 대상인 41조 원의 분식회계, 약 10조 원의 불법대출, 25조 원의 재산 해외 도피 혐의에 대한 진상을 진솔하게 밝혀야 한다.

이는 대법원의 판결로 이미 확정된 사안이 그룹 총수였던 그의 진술에 따라 다소 상황히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큰 틀은 변화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대우그룹의 도산 실상을 밝히는데 있다.

우선 '대우 도산'으로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이 천문학적으로 투입됐다는 건 결국 그의 '기업운영 실패'의 대가를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국민에게 사죄하는 심정으로 진솔하게 밝히고 '24조 원의 추징금' 환수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환란(換亂)의 여파로 결국 대우가 도산됐지만 그 진상을 낱낱이 밝힘으로써 역설적으로 현 우리 기업이 처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반면(反面) 교사'가 되게 하는 게 그나마 그가 '경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속죄이자 봉사가 될 것이다.

그 속엔 특히 '정경(政經) 유착'이 어떤 폐해를 가져오는가를 밝히는 것도 앞으로의 '정치와 기업 투명성'에 크게 기여하는, '과거 청산'의 뜻도 담겨있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모든 걸 진실되게 밝혀야 할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이제 70 고령의 그가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자서전'을 쓰듯 모든 걸 털어놓고 사죄하는 것만이 그래도 한때는 '세계 경영'을 꿈꿔 온 그의 자존심을 그나마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직시하기 바란다. 왜 하필 국내가 시끄러운 이때 그가 귀국했느냐 하는 그 '배경' 등은 차차 따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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