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아빠 배진덕의 얼렁뚱땅 살림이야기-가정을 지킵시다

입력 2005-06-14 11:19:01

얼마 전 놀이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제 아이가 아니라 다른 아이들과 함께 말입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사회단체에서 올해 청소년복지시설과 자매결연을 해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원생들을 데리고 간 거였습니다. 난생 처음 놀이공원에 간 애들은 마냥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이런 모습을 본 저 또한 뿌듯한 마음이 들어 오히려 애들에게 감사해야 했습니다.

그날 제가 돌본 아이들은 제 전공인 육아 실력을 살려 5세에서 7세까지의 미취학 아이들이었습니다. 하나같이 귀엽고 예쁘고 착한 애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아이보다 겨우 몇 개월 빠른 한창 응석받이 애들이 저의 작은 호의에 말버릇처럼 "고맙습니다" "저 혼자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해 오히려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한창 투정도 부리고 부모님께 애교를 떨며 사랑을 받을 애들이 벌써부터 작은 호의에도 어른스레 감사하는 모습을 보이니 말입니다.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애들이 대체 어떤 사연이 있어 이렇게 보육시설에 맡겨졌을까, '앞으로 살면서 닥칠 세파를 저 가냘픈 몸으로 혼자 헤쳐 나가야 하나'하는 생각에 몇 번이고 울컥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다행히도 헌신적인 보육선생님들이 계셔서 마음은 놓였으나, 행사가 끝나면 다시 가정이 아닌 보육시설로 돌아가 아이들의 가슴에 되레 응어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들었습니다. 요즘 고아는 과거와 달리 부모님의 사망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가난이나 이혼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합니다.

사무실에 종종 이혼문제로 상담하러 오는 분들이 많은데 요즘은 배우자의 일방적인 폭행 등을 이유로 이혼하겠다고 찾아오는 경우보다는 부부 간의 성격 불일치로 이혼하겠다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지루한 송사가 계속되면 정작 이혼 당사자들은 자녀보다 재산 문제에 더 혈안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결혼은 성인 남녀 본인의 선택에 따라 했고, 이후 가정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가느냐 역시 부부 모두의 작위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어서 그 잘못과 잘못으로 인한 고통 역시 스스로 자초한 부분이라 당연히 결혼 당사자가 감내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그런 고통을 감내하지 못하고 가정을 버릴 경우 남겨지는 아이들의 고통을 애들 혼자서 감내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정작 부부로서 함께하는 삶이 지옥과 같을지라도 최소한 어린애들이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인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인내가 어렵다면 자존심을 조금만 버리고 상대방의 입장에 한 번 서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이들은 가정 안에서 자라야지요.

변호사 jdb2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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