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특별한' 결혼식

입력 2005-06-14 11:52:05

천생연분이라 할 만큼 서로에게 기막히게 어울리는 짝들이 있나하면 대체 어떤 점에 끌렸을까 싶을 만큼 뭔가 그림이 잘 안 그려지는(?) 부부들도 있다. 하기야 '제 눈에 안경'이란 말이 괜히 나왔으랴. 남이야 뭐라든 제 눈엔 근사해 보이기에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다.

◇ 지금까지는 주로 농촌 남성들이 제3국 여성을 아내로 맞는 사례가 많지만 최근에는 도시 남성들 중에도 이런 여성을 결혼 대상자로 찾는 예가 늘고 있다 한다. 한국 여성들의 까다롭기 짝이 없는 결혼 조건 때문이라는 것. 하긴 어디 여자들만인가. 결혼 시장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별의별 까탈스러운 조건을 내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 직업중매인이나 결혼정보회사 커플 매니저들은 자신의 처지는 아랑곳없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조건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가장 골치아프다고 한다. 탤런트 누구누구를 닮은 사람을 찾는다거나 여자의 얼굴이 한 손으로 가려질 만큼 작아야 한다든지, 다리 굵기가 어떠해야 한다든지, 키가 몇 cm 이하는 안 된다든지…. 좋은 집안, 명문대학, 고소득 전문직, 미남미녀, 쿨한 성격에다 유머 감각까지 온통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상형을 들먹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거다.

◇ 어저께(12일), 휠체어를 탄 개그맨 박대운씨의 결혼식은 여러 모로 '특별한 결혼식'이었다. 6살 때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그는 최근 혜성처럼(?) TV 개그코너에 나타났다. 자신은 "다리가 없는 게 아니라 숏다리일 뿐"이라고 익살떨 만큼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남자다. 웃음 뒤의 눈물 한 방울식 유머처럼 찡한 여운을 안겨주는 그가 고운 6월의 신부를 맞았다. 조건 대 조건의 요즘 결혼 세태와는 달리 가진 것 없고, 몸도 성치 않은 남자를 사람 하나만을 보고 선택한 신부가 대단해 보인다.

◇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박대운씨가 직접 쓴 '부부의 약속'이란 글 낭독이었다. "…풍족한 두 사람이 만났다면 넘쳐나는 서로의 풍족함으로 둘이가 멀어질 수 있겠지만, 부족한 둘이가 만났음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기 위해서 항상 서로 노력할 것입니다…" 고통을 딛고 웃음을 길어내는 '대구 싸나이' 박대운씨와 사람 그 자체를 사랑할 줄 아는 최윤미씨. 그들의 앞날이 질투가 날만큼 행복하기를 빌어본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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