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동(47·수성구 범어동)씨는 매일 시내버스·지하철을 타는 고1짜리 아들을 생각하면 현재의 교통카드 충전방식에 불만이 많다.
"아침 일찍 등교하고 밤늦게 돌아오는 고등학생들은 교통카드를 충전하기 불편해요. 학교에 충전할 곳도 없는 마당에 등하교 시간대에 문을 연 충전소도 없습니다. 틈날 때 한꺼번에 충전하라고 4만~5만 원씩 손에 쥐여주지만 돈을 잃어버릴까 불안하기도 하고요."
오광호(48·달서구 삼성명가아파트)씨는 "가까운 교통카드 충전소가 계명대 동문 앞인데 집에서 2㎞ 정도의 거리에 있어 자가용을 타고 나가 교통카드를 충전해야 할 판"이라며 "게다가 일요일에는 문을 닫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처럼 시민들이 교통카드 사용 불편을 호소하는 가운데 (사)아파트사랑시민연대는 교통카드 충전소의 확대설치를 주장하고 나섰다. 대구 시민의 70%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살고 있으므로 일단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교통카드 충전소를 설치해 시민 불편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
신기락 사무처장은 "우선 많은 시민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부터 충전소를 확대설치해 교통카드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교통카드 충전이 편리해지면 버스 이용률도 높아져 적자 운영에 허덕이는 업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시와 버스운송사업조합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버스운송사업조합이 충전소 허가를 내주지만 시는 검토를 권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기존 업소와 마찰이 없도록 하는 등 운영의 묘는 살려야 하겠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 판단돼 조합 측에 검토를 권고했다"며 "일단 아파트단지 몇 곳에 시범 실시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버스운송사업조합 남운환 전무는 "아직 공식적으로 설치 신청이 들어온 아파트 단지는 없지만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다만 충전소가 설치된 뒤 이용률이 낮아 없어지게 되면 민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사업성 검토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대구에서 사용 중인 교통카드는 선불형인 대경교통카드와 후불형인 국민패스카드 두 가지로 시내버스·지하철을 탈 때 이용할 수 있다. 버스의 경우 교통카드를 이용하면 일반인의 경우 100원 할인된 800원, 학생은 50원 할인된 550원을 내면 된다. 교통카드 이용률은 50%대에 머물고 있으며 그 중 대경교통카드 이용률이 약 95%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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