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산악회 합동 추모식 '눈물바다'

입력 2005-06-13 16:19:40

"그들이 보여준 뜨거운 동료애와 사랑은 만년설을 다 녹이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제는 편히 잠드소서..." 1년 전 에베레스트에서 숨을 거둔 백준호(당시 38세), 박무택(36), 장 민(28)씨등 계명대 산악회원 3명과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러 간 휴먼원정대를 격려하러 갔다고인이 된 한승권(50) 산악회장의 합동 추모식장은 유족과 동료 산악인들이 뱉어내는 오열과 흐느낌으로 눈물바다를 이뤘다.

계명대 성서캠퍼스 바우어관 2층 시청각실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백씨 등 조난자3명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지난 3월 14일 히말라야를 향해 출국한 지 91일만인 이날 새벽 귀국한 '2005 한국 초모랑마 휴먼원정대'와 유가족, 동료 산악인 등 300여명이 참석, 고인들의 고귀한 도전정신과 희생정신을 기렸다.

추모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휴먼원정대 손칠규 대장의 개식 선언으로 시작된 이날 추모식에서 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이 거명될 때마다 흐느낌을 참지 못한채 오열했고 아버지를 여읜 철부지들은 영문도 모른 채 해맑은 표정을 지어 주위를안타깝게 했다.

특히 휴먼원정대를 이끈 손 대장이 추도사를 낭독하면서 희생자 4명의 이름을잇따라 거명하자 흐느낌으로 억눌렸던 유족들의 슬픔은 금세 오열로 변했고 동료 산악인들도 곳곳에서 흐느낌을 자제하지 못했다.

눈물 섞인 음성으로 추도사를 낭독한 손 대장은 "대원들을 차디찬 에베레스트에남겨둔 지난 1년간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고 그들을 찾아나서야 하는 것은 우리산악인의 숙명이었다"면서 운을 뗐다.

손 대장은 이어 "우리는 차디찬 눈보라가 몰아치는 초모랑마에서 3개월이나 그들을 찾아 헤맸지만 그들은 생각했던 것만큼 우리에게 섭섭해하지 않았다"면서 "비록 그들을 찾아나선 것은 우리지만 우리들의 안녕을 보살펴준 것은 오히려 그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손 대장은 또 "대원들이 보여준 도전정신과 개척정신, 패기, 희생정신은 이 시대의 귀감"이라고 말하고 "한 회장의 리더십은 이 시대가 정말로 목말라하는 고귀한희생정신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추도사를 낭독한 산악인 엄홍길씨는 "그들은 산에 대한 애정 하나로 에베레스트를 찾아나섰고 인간 이상의 우정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한 뒤 "우리는 그동안의 원정으로 성공적인 시신 수습을 마무리했지만 그들이 보여준 희생정신과 비교할때 그것은 초라한 것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또 계명대 이진우 총장도 추도사를 통해 "그들이 보여준 위대한 도전정신과 희생정신의 진면목은 고난과 역경에 처했을 때 더욱 빛을 발했다"고 찬양했다.

이 총장은 "자신들의 생명마저 아끼지 않은 뜨거운 동료애와 사랑은 만년설을다 녹이기에 충분했다"면서 "그들이 등정한 곳은 어쩌면 에베레스트라기 보다는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인간애의 최고봉이었다"고 밝혔다.

추도사에 이어 유가족과 산악인들의 헌화가 진행되자 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의영정 앞에 주저앉아 오열했고 이를 지켜보던 참가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추모식을 마친 휴먼원정대와 계명대 산악회 관계자들은 산악회의 전통에따라 팔공산 비사골로 자리를 옮겨 현지에서 조촐한 추모식을 추가로 가진 뒤 이들4명의 이름을 새겨넣은 동판을 한 이름없는 바위에 걸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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