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화가 만난 사람-SR표준화포럼 대표 김영호 교수
"지금 요미우리 마이니치 산케이 등 일본 언론들은 난리입니다. 벌써 1~2년 전부터 SR 특집이나 관련 기사를 대거 다루고 있습니다. 보십시오. 신문마다 '기업 SR 어떻게 추진되나' , 'SR 리포트' 등 SR 특집이 넘쳐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세계적 흐름에 너무 둔합니다. 세계에서 살아남기위해 SR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하는 필수조건입니다. "
이달 초 산자부에서 경제단체, 노동계, 소비자계, 언론계, 학계, 환경계, 기업 대표 141개 단체가 모인 가운데 열린 'SR 표준화 포럼' 창립식에서 김영호 대구대 석좌교수(전 경북대 교수, 전 산자부 장관, 현 유한대학 설립총장)이 회장으로 선임됐다. 8일 밤, 대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bility)을 뜻하는 'SR 라운드'가 2008년부터 전세계적으로 시작하게 되어있어, 우리 사회 어떤 조직도 SR을 염두에 두지 않고는 생존하지 못하게 됐다고 잘라말한다.
◆ 조직은 지역사회, 환경, 인권 생각해야
이제까지는 금융권, 대학가, 언론계, 제조업체, 환경단체 그 어느곳이든 그저 살아남는게 최고의 미덕이었다. 어떤 방법을 써서든 기업은 돈을 벌고, 고용을 창출하면 만사통과였다. 배부른 금융기관들은 서민의 마른 눈물을 짤아서라도 수익을 높이고, 직원들의 월급을 올려주면 그만이었다.
"기업이 돈벌어서 고용창출하고, 세금만 내면 된다는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기업은 물론, 정부 공공기관 노동계 환경단체 소비자까지 본연의 존립목적을 달성해나가는 과정에서 환경, 인권,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게 SR의 핵심입니다. 사회적 책임을 지는 정신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습니다. "
◆ "SR, 외면하면 그만이지"라는 꼼수는 망하는 길
"사회적 책임이 뭔데, 외면하지 그만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통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으면 그 어느조직도 살아남을 수 없고, 시장에서 퇴출당한다고 봐야합니다. "
김 대표는 범세계적인 SR의 진원지는 UN의 글로벌 콘택트(Global Contact, 지구계약), 국제표준화기구인 ISO 그리고 OECD 세군데라고 말한다. UN, ISO, OECD에서 2007년 9월까지 SR의 구체적인 시안을 마련하고, 2008년부터 도입되면 모든 조직이나 단체는 SR 등급에 따라서 투자를 받을 수도 있고,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기업이 지는 사회적 책임은 CSR(Cooperate Social Responsbility)이다. 이미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CSR 등급에 따라 투자가 일어나는 있는데, 한국에서는 CSR 투자를 받은 기업이 단 한군데도 없습니다."
◆ 한국기업의 CSR 매우 낮아
"한국기업의 CSR 의식은 매우 낮으며, 낮은 CSR 의식은 기업 이미지 뿐만 아니라 국가 이미지의 평가절하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미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2천800개 기업이 CSR의 정신을 도입했고, 1만개 이상의 세계적인 기업이 CSR에 가입하기는 시간 문제라는 김 대표는 다른 모든 조직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기업이 사회적인 책임(CSR)을 다할 때 우리 국민들의 정서에 뿌리박혀있는 反기업정서를 불식시키며 재도약하는 계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김대표는 UR이나 IMF 보다 훨씬 큰 폭풍이 될 SR에 대한 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한다.
◆ 미국, 유럽 SR펀드 35%씩 급성장
미국의 경우 이미 230여개 사회적 책임투자 뮤추얼 펀드에서 2천200조원(전체 뮤추얼펀드의 12%)의 투자가능액(SRI)을 비축해두었고, 유럽의 SR펀드 시장도 35%씩 급성장하고 있다. 이 펀드는 SR수치가 높은 기업을 투자대상으로 삼는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이미 일본 기업들은 SR 담당부서를 신설하고, SR리포트를 쓰면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CSR 담당 대학이 들어섰다.
"2008년 3월에 시작될 SR 라운드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IMF보다 훨씬 큰 충격과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 SR에서 살아남느냐 죽느냐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오는 20일 기업들의 CSR 선언식이 열릴 예정이며, CSR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SRI)가 생겨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름다운 재단의 박원순 대표가 SRI를 구상하고 있고, 함세웅 신부가 가톨릭을 중심으로 3천억원 규모의 SRI를 만들 예정인데, 여기에는 국민은행의 참여가 거론되고 있다.
"과거사회가 권리중심의 사회였다면, 앞으로는 책임중심의 사회죠. 이런 컨셉이 바로 SR의 원동력인 셈입니다."
김 대표는 "유한양행의 고 유일한 박사처럼 CSR이 가장 뛰어난 기업가가 계속 쏟아져나와야한다"며 "연말에 성금이나 내고, 수재의연금이나 내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한 것으로 여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잘라말한다. 오로지 '나만의 성공'을 꿈꾸던 사회에서 '당신의 성공이 나의 비즈니스'(Your success is my business)가 되는 사회에서 각자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고심해야하는 부문이다.
◆ 세계화의 덫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안
"과거 신자유주의가 주주들의 이익만을 생각했다면 이제는 주주 뿐만 아니라 고객, 지역사회, 투자자, 언론, 종업원, 정부 등 이해당사자들을 모두 만족시켜야합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SR 라운드는 세계화의 그늘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로 우리나라의 경우 더불어가는 아리랑 정신만 있으면 쉽게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
김 대표는 님을 버리고 십리도 못가서 탈이 나서 주저앉지 말고, 힘이 들더라도 님과 더불어 함께 아리랑고개(역경)를 넘는 아리랑정신이야말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 신뢰의 바탕위에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과 같다. .
국내에서는 경제단체(대표 한국무역협회 김재철 회장), 산업계(대표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 소비자단체(소비자시민의 모임 김재옥 대표), 학계(대표 서울대 조동성 교수), 환경계(환경재단 최열 상임이사), 노동계(대표 민노총 이수호 위원장) 등이 SR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대구은행, 포스코경영연구소가 참여했다.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imaeil.com
사진 정재호 편집위원 jhchu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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