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방폐장에 집착…이유는?

입력 2005-06-13 11:11:48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 선정 기준에 각 지자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어떤 기준을 정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국가가 논리적으로 따져볼 때 방폐장은 당연히 경북 동해안이 입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국내 최대의 원전집적지인 경북 동해안에는 국내 원전의 절반인 10기가 가동되고 있는데다 앞으로도 8기가 더 지어질 예정이다. 수송 비용 절감과 방사성 폐기물 운송에 따른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방폐장이 들어설 곳은 당연히 경북이라는 것이다.

주민 찬성률이 가장 높은 지역에 방폐장을 입지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해 최윤섭 경북도 기획관리실장은 "원전 추가건설과 방폐장 입지 등을 정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사안인데도 찬성률을 잣대로 삼는 것은 국가가 택해야 할 카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주민 찬성을 기본 전제로 하되, 경제성과 지질적인 안전성을 선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도는 경북의 지자체들이 입지 선정에 탈락할 경우 원전 추가건설에 따른 주민설득에 큰 애로가 발생해 국가 전력 사업에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합리적인 판단을 해 줄 것을 주문해 왔다.

경북도와 도내 시·군이 방폐장 유치를 희망하는 것은 혐오 시설이기 이전에, 위험 시설인 원전을 잔뜩 안고 있는 데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라는 시각을 갖기 때문이다. 방폐장 유치에 따른 3천억 원의 특별지원과 한국수력원자력 이전 등은 국내 최대의 원전 집적지에 대한 '인센티브'라는 것이다. 만일 방폐장이 다른 지역으로 갈 경우, 경북은 원전이라는 위험시설만 끌어안은 채 인센티브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는 견해다.

방폐장이 유치되면 양성자 가속기도 따라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가오는 세계 에너지 경쟁시대를 대비하고 낙후된 동해안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경북도로서는 이를 위해 양성자 가속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경북 동해안에 방폐장을 들어서는 데는 난관이 많다. 역내 4개 시·군에서 방폐장 유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반대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정부가 방폐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데다 원전에 대한 도민들의 피해의식과 거부감 또한 뿌리가 깊다.

경북은 또한 전통적으로 반핵 단체들의 영향력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동해안 4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핵반대 핵폐기장 반대 동해안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4일 경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이들은 "핵폐기물은 40년 동안 받아야 하고 400년 넘게 관리돼야 한다"며 "핵폐기장의 설치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일시적인 처방일 뿐 핵발전소로 이미 고통을 받고 있는 동해안 지역에 핵폐기장 등 추가적인 핵시설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중 방폐장 부지 선정 절차와 기준을 공고하고 7, 8월 사이 각 지자체로부터 유치 신청을 받은 뒤 10월 중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11월쯤 방폐장 부지를 선정·발표할 계획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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