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 치료와 부동산 대책

입력 2005-06-13 11:29:14

여드름과 부동산 대책이 무슨 관계가 있나. 사실 그럴싸한 관련이 있을 것도 없어 보이지만 먼저 여드름 얘기부터 해보자.

명의(名醫)란 치료도 치료지만 병의 근원을 정확하게 진단해 내는 사람이다. 병의 원인을 알면 치료는 그 다음이다. 의사분들이 똑같은 증세의 병을 놓고도 진단하고 치료하는 접근법은 나름대로의 경륜과 전문성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처방에 차이가 날 수도 있고 물리적인 치료방식이나 기법에서도 차별이 난다.

여드름 경우 대부분 피부질환의 개념으로 다루고 연고 치료 등 대증요법 방식이 많다. 여드름을 피부병 개념으로 인식하고 외과적 요법으로 대응 치료하는 경우다. 나름대로의 치료효과도 얻는다. 반대로 중의학(中醫學)쪽 의료인 중에는 여드름을 내과적 질병으로 보고 접근한다.

얼굴 피부에 병세가 드러났으니 피부병으로 볼 수는 있되 원인은 오장육부 안에 있고 내장의 질병이 여드름의 형태로 드러난 신호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로 이마에 나는 여드름 경우 보통 소화기 계통의 장애로 인한 경우가 많고 위하수 등의 질환으로 소화흡수장애가 있을 때 잘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관자놀이 관골 부위에 생긴 빨간 여드름은 폐열로 인한 음허환자에게 잘 생기고 관골과 귀 사이 위치에 난 여드름은 간장에 장애가 생긴 환자에게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입 주위를 둘러싸고 돋아난 여드름은 대장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서 나타나며 아래턱에 난 여드름은 내장에 습한 열이 엉긴 환자에게서 생긴다고 주장한다.

여드름 부위에 따라 각각 관련된 내장을 다스려야 한다는 중국 한의학 쪽의 여드름 진료 접근방식이다. 여드름 한 가지를 두고도 의학계와 전문의료인들의 진단 방식이나 병인(病因)에 대한 인식은 다를 수 있고 어떤 요법이나 진단이 환자에게 더 유익하고 효과적이며 빠른 치유를 가져오느냐는 것도 딱히 어느 쪽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머리가 아둔하면 손발이 고생하듯이 병의 진단이 제대로 안되고 서툴면 환자만 불필요한 고통을 겪고 고생하게 되는 건 어느쪽이든 확실하다. 지금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부동산 대책을 두고 정부 정책 부서'학계'경제계'부동산시장'소비자 등이 자기나름으로 진단하고 내놓은 처방들이 그야말로 백가쟁명, 제각각이다.

참여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2년 전 속칭 10'29대책에 이어 2'17대책, 5'4대책, 6'13대책 등 시시때때로 끊임없이 터뜨려왔다. 그때마다 '이번 대책은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했고 확실한 처방이 될거다'고 장담했던 대책들이었다.

그러나 번번이 시장은 비켜나갔고 투기나 집값 상승 등의 부작용은 치유하지 못했다. 중의학식 여드름 치료로 치면 폐열에 의한 여드름인지 위장이 나빠 생긴 여드름인지 맥을 몰랐다는 셈이다.

전국 주요 대학의 경제학'경영학과 교수 40명을 상대로 한 '노무현 정권 경제 정책 중간 평가' 질문조사에서 부동산 경제에 대한 평가는 D학점 수준이었다고 평가됐다. D학점이면 의사로 치면 거의 '돌팔이' 수준인 셈이다.

서울시장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일관성 없이 왔다갔다 하고 정부가 잘못 건드린 탓에 집값만 더 올랐다'며 '길목도 모르는 사냥꾼'으로 비유했다. 여드름 치료로 말하자면 사냥법도 모르는 포수 같은 돌팔이 진단 탓에 이약 저약 일관성 없는 요법으로 여드름만 더 키워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어 놨다는 비판이다.

집값이 턱없이 계속 오르면 점점 삶의 의욕이 꺾이고 허탈해지는 쪽은 수많은 집 없는 서민들이다. 한푼한푼 힘겹게 모아가는 집장만 저축이 뛰는 집값을 영원히 못 따라잡을 것 같으니까 '참여정부는 서민의 눈물로 목욕하고 싶은가'라는 절규까지 나오고 있다. 겨우 겨우 장만한 집값을 억지로 깎아내리려고 드는 정책에는 집가진 중산층쪽에도 좋아할 리 없다. 쾌적하고 좋은 집의 집값이 적정하게 유지돼 재산가치가 보호되고 그런 집을 약간만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시장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다. 어렵지만 그런 명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돌팔이 수준의 진단과 처방으로 계속 집값만 올려놓고 서민들의 소득 축적의 여건은 열악하게 만드는 경제실책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정부는 명의라 할 수 없다. 참여정부는 작은 증세도 몸속 깊은 곳에서 살펴보는 중국식 여드름 치료법에서 부동산 대책의 비법을 제대로 짚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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