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9시30분, 국회 브리핑룸. 기자들이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의 발표를 듣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기자들은 불과 몇 분 전 '중대한' 논평이 발표될 것이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 내용이 뭔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앞서 당정회의가 열린 바 있어 비공개 회의내용 중 주요 논의내용이라도 브리핑하는 줄 알고 있었던 것.
하지만 전 대변인의 발표는 다름 아닌 '한국 축구 6회 연속 월드컵 진출' 축하 논평이었다.
순간 기자들은 맥이 풀렸다.
당 안팎 상황이 어수선한 데다 같은 날 오전 중요 회의까지 열려 기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운 상황이어서 "기자들의 관심을 돌리려고 장난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물론 이날 불만을 제기한 기자들이 월드컵 6회 진출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원내 과반에 가까운 정당이 사회적인 한 현상을 가지고 '중요한 논평'이라고 언론에 떠드는 것이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았던 것이다.
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의 중요성에 대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상황을 보고 국민들이 과연 기뻐할까. 아마도 월드컵 본선 진출만큼이나 당과 국정운영의 안정을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일부 기자들도 "뭐가 진짜 중요한 것인지 아직 모르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또 "동떨어진 국회를 보며 국민들이 한심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논평했는데 이를 두고도 일부 기자들은 "언론과 동떨어진 여당을 보고 기자들이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왜 모르냐"고 지적했다.
이날 해프닝을 겪은 기자들은 "여당의 역량과 수준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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