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남산4동 남산어린이공원의 산책로를 점토 보도블록으로 교체하는 것을 놓고 인근 주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어린이들을 위해 조성된 공원에 자연친화적인 마사토 흙길을 없앤다는 것이 상식에 맞지 않다는 것. 구청은 지난해부터 파손된 산책로에 대한 민원이 계속 제기된 데다 같은 제품으로 '부분 보수'할 경우 몇년 후에도 같은 공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8일 오후 3시쯤 찾아간 남산어린이공원. 중앙 광장에 이미 파낸 마사토 블록이 가득 쌓인 가운데 공사가 한창이었다. 10여 명의 주민들이 공사장 한쪽에 모여 웅성대고 있었다.
13개월 된 손녀를 유모차로 데리고 온 김모(63) 할머니는 "예전에 공원을 빙 둘러싼 흙길은 애들이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도록 돼 있어 좋았는데 갑자기 딱딱한 보도블록으로 교체하니 아쉽다"며 "애들은 흙을 만지며 커야지…"라며 혀를 끌끌 찼다.
박모(44)씨도 "산책하는데 아무 문제도 없던 길을 뜯어내고 보도블록을 깐다고 하는데 불필요한 예산 낭비 아니냐"고 말했다. 8년 전 조성된 이 공원에는 마사토에 약품을 섞어 단단하게 만든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었고 일부 경사로가 빗물 등에 씻겨 파손돼 있었다. 구청은 마사토 산책길은 자연친화적이어서 보기에 좋지만 내구성에 문제가 있어 잦은 보수 공사를 해야하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중구청 공원녹지계 담당은 "지난해부터 파헤쳐진 산책로에 대한 인터넷·전화 민원이 많아 올해 어렵게 예산 4천만 원을 확보해 보수공사에 들어갔다"며 "7, 8년 후 같은 공사를 반복하는 것보다 내구성이 강한 점토블록으로 교체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1.7m 폭의 산책로에는 단단히 다져줄 수 있는 장비가 들어갈 수 없어 공사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중구청이 지난 7일부터 일주일 예정으로 공원 산책로에 대한 보도블록 교체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흙길에 대한 주민들의 아쉬움은 여전하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사진:남산어린이공원 마사토 산책로를 점토블럭으로 교체하면서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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