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했다, 코리아 골폭풍

입력 2005-06-09 09:09:19

새벽 잠을 확 달아나게 하는 화끈한 골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9일 새벽 쿠웨이트시티 알 카즈마 스타디움에서 쿠웨이트를 상대로 한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에서 불굴의 투지로 40℃에 가까운 폭염과 열사의 모래바람을 뚫고 4대0으로 통쾌하게 승리했다.

한국은 이로써 월드컵 예선에서 발걸음을 무겁게 했던 '원정 징크스'를 깨끗이 씻어냈다.

한국은 박주영-이동국-차두리(왼쪽부터)를 스리톱에, 박지성과 김정우를 공격·수비형 미드필더로, 김동진과 이영표를 좌·우 윙미드필더로, 김한윤-유경렬-김진규(왼쪽부터)를 스리백에 포진시켜 바샤르, 알 하마드를 전방에 세운 쿠웨이트와 맞섰다.

한국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쿠웨이트의 초반 공세로 주춤했으나 차두리의 오른쪽 측면 돌파를 시작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고 박주영, 이동국, 정경호, 박지성의 연속 골로 압승을 이끌어냈다.

# 박주영의 선제골

전반 10분 이후 한국은 공격의 고삐를 쥐었고 선취골은 박주영의 발끝에서 터졌다.

전반 18분 이영표가 수비 뒷공간을 꿰뚫는 스루패스를 찔러넣자 오버래핑한 김동진이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박주영이 수비수 사이에서 감각적인 오른 발바닥 터치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영표-김동진-박주영으로 이어진 그림같은 합작품이었다.

# 이동국의 페널티킥 골

첫 골과 마찬가지로 김동진-박주영의 콤비 플레이가 빛을 냈다.

전반 28분 김동진이 왼쪽 미드필드진에서 페널티에어리어를 파고들던 박주영에게 공간 패스를 날렸고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단독 찬스를 만든 순간 쿠웨이트 수비수 알 엔지가 박주영을 거칠게 밀어 넘어뜨렸다.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키커로 나선 '중동 킬러' 이동국이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고 반대편으로 침착하게 꽂아넣었다.

# 교체 멤버 정경호의 추가골

차두리 대신 정경호가 투입되면서 다시 거침없는 골 행진이 시작됐다.

정경호는 후반 10분 교체 투입되자마자 공격에 가담했고 이동국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살짝 내준 볼을 잡아 수비수 한명을 제쳐낸 뒤 낮게 깔리는 오른발 강슛으로 쿠웨이트 골문 왼쪽을 세차게 뚫었다.

#유럽파 박지성의 마무리골

마지막 축포는 '유럽파' 박지성이 장식했다.

박지성은 후반 16분 골지역 오른쪽에서 수비수 한명을 특유의 스피드와 드리블로 가볍게 제친 뒤 엔드라인 근처 사각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척하는 페인트 모션으로 골키퍼를 속이는 재치있는 슈팅으로 골 네트를 갈랐다.

이후에도 한국은 박주영, 정경호의 위협적인 슈팅으로 경기 의지를 상실한 상대를 압박했고 곽희주, 안정환을 김동진, 이동국 대신 투입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전반 29분 흥분한 쿠웨이트 관중의 마구잡이 물병 투척으로 경기가 12분간 중단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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