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목메임을 손잡아 건네주는
국이고 싶습니다, 늦은 저녁 상머리
지치고 부푼 신경들 세세히 풀어주는
그리하여 추운 밥 혼자 푹푹 먹어도
가슴 치지 않도록 눈 붉히지 않도록
소소히 숨긴 멍울도 시원히 풀고 가도록
맺힌 속 덧난 속을 잘 채는 여인처럼
그렇게 밥 옆에 없는 듯 앉아 있다
당신의 목마른 세상 얼른 안고 넘겠습니다
정수자 '국'
그렇지요. 때로 한 그릇의 국은 세상에 치인 곤비한 마음을 풀어줄 수 있습니다.
어쩌다 목이 멜 때 따끈한 차 한 잔이 적잖은 위무가 될 수 있듯. 그 국을 사랑하는 아내나 어머니가 끓여준 것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가슴 칠 일, 눈 붉힐 일마저도 넉넉히 이겨낼 수 있는 한 그릇의 국. 그 얼큰한 국물이 당신의 목마른 세상을 얼른 안고 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무장 평온한 저녁 시간을 맞으셨으면 합니다.
이정환(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