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공짜족'…무료찾아 삼만리

입력 2005-06-08 10:54:16

무료라면 어디든 찾아간다

불황 속에 '공짜족'이 늘고 있다. 이들은 각 단체가 제공하는 공짜 프로그램이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찾아다니며 먹는 것에서부터 문화공연까지 생활의 대부분을 '공짜'로 즐기고 있다.

대형 소매점의 무료시식코너는 항상 공짜족으로 북적이는 대표적인 장소. 새로 나온 소시지는 물론 각종 음료수, 녹차먹인 돼지고기 등 기능성 식품까지 20~40가지의 다양한 먹을거리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기 때문. 게다가 최근에는 업체들도 맛보기 음식이 판매로 이어지는 효과가 높자 무료 시식코너를 적극 활용, 공짜족들의 입을 즐겁게 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한 대형소매점은 하루 30~40가지의 판촉용 시식코너를 운영하고 있는데 만두 코너의 경우 하루 시식 물량으로 800g 짜리 만두 20여 개를 소비하고 있다.

한 소매점 관계자는 "무료 시식코너만 찾아다니며 배를 채우는 얌체 손님들도 있지만 시식을 통해 상품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어 잠재고객 확보에 중요한 수단이 된다"며 "시식코너의 상품 경우 실제 매출 향상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했다.

구청이나 문화회관 등에서 실시하는 무료강좌 역시 인기. 모집공고가 나가기 무섭게 마감되기 일쑤다.

북구문화예술회관이 유치원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내달 25일부터 한달간 여는 하계문화강좌의 경우 지난 1일 모집공고가 나간 지 하루도 안돼 모집인원 80명의 신청이 마감됐다. 북구청의 무료 컴퓨터 강좌도 수강신청이 쇄도, 마감전에 모집이 끝난 상태다.

인터넷, 신문, 전단지를 통해 각종 행사를 일정별로 메모한 뒤 행사장을 찾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적극적 공짜족도 많다.

식목일을 앞두고 구청 등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묘목행사장에서 나무를 받아 집안을 꾸미고 보건소데 들러 건강검진을 받기도 한다. 각종 신제품 행사장에서는 앉아 있기만 해도 신상품 샘플 하나쯤은 받을 수 있다. 학원 무료 수강, 자동차 시승까지 돈 한푼 안들이고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널려있다는 것이 공짜족의 말.

김모(27·여)씨는 "백화점에 들러 화장품 샘플이나 일정 금액의 물품을 구입하면 주는 화장지, 세제 등의 사은품을 챙기고, 영화 시사회나 무료 공연을 통해 문화생활까지 즐길 수 있다"며 "조금만 부지런하면 주위에 널려 있는 다양한 공짜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인터넷에는 이런 공짜를 찾는 모임까지 생겨났다. 한 인터넷 '공짜' 카페의 경우 당첨 확률이 높은 경품이벤트, 공짜 샘플쿠폰 신청, 알뜰 절약정보, 경품 당첨 비법 등 다양한 공짜 기회를 소개, 회원들간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7일 오후 8시30분쯤 대구 북구 칠성동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앞에는 할인 관람을 즐기려는 야구팬들이 7회말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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