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양심불량 '얌체족' 극성

입력 2005-06-08 10:55:42

단속 느슨… 과태료 1건

7일 오후 4시쯤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10대 청소년 3명이 노인, 장애인 등을 위한 우대권발매기 앞에서 서성거리다 잽싸게 버튼을 눌러 무료승차권을 뽑아낸 뒤 개표기를 통과해 유유히 사라졌다. 30분쯤 지나 한 20대 청년은 당당하게 발매기 앞으로 가 노인용 버튼을 눌러 우대권을 뽑아 집표기에 댄 뒤 개표구를 빠져나갔다. 맞은 편 매표소에 있던 직원은 못 봤는지 표 나눠주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오후 5시쯤 반월당역. 5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매표소로 가려다 발길을 돌려 우대권 발매기에서 노인용 무료승차권을 뽑고 슬며시 눈치를 보다 개표기 안으로 들어갔다. 매표소 직원은 보지 못했고 주변 사람들도 관심이 없었다.

지난 4월 11일부터 설치된 지하철 무인 우대권 자동발매기가 정작 장애인과 노약자보다는 양심불량 시민들이 '점령'해 적자투성이 지하철의 승차권 수입마저 줄줄 새고 있다.

지하철공사 측은 부정승차 적발시 30배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엄중 경고하고 있지만 두 달 가까이 지나도록 부과건수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지난 4월 15일 중앙로역에서 만 62세인 여성이 노인용 무료승차권을 뽑다 적발돼 승차요금 800원의 30배인 2만4천 원을 냈던 것. 역 매표소 직원들은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고 말한다.

역 관계자는 "용기를 내 붙잡아도 '노인들을 위해 대신 뽑아주려 했다', '잘 몰라 그랬다'며 변명하거나 '한번 봐달라'고 사정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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