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대상 방문판매 강매 '기승'

입력 2005-06-07 11:20:26

영천에 사는 황모(68) 할아버지는 최근 "무료 사은기간이라 구경만 오면 사은품을 준다"는 얘기를 듣고 한 행사장을 찾아가 인삼추출액세트를 '사은품'으로 받았다. 본사에 보고해야 한다는 직원 얘기를 믿고 무심코 이름과 주소를 알려줬더니 2주 후 물품대금이라며 25만 원이 적힌 고지서가 집으로 날아왔다. 본사에 반품을 요구했다가 "이름과 주소가 적힌 계약서가 있어 반품을 해줄 수가 없다"는 말을 듣고 할아버지는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지방공정거래사무소(소장 박재규)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방문판매업자들의 기만적인 상술이 다시 성행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고령자들이 건강에 관심이 높다는 점을 악용, 각종 건강보조식품 등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경품, 점심 제공, 공연·강연회 초청 등을 빙자해 어르신들을 유인한 뒤 허위·과장된 제품 설명으로 구입을 유도하거나 강매한다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 대구사무소의 지적.

대구에 사는 김모(72) 할아버지는 유명 코미디언이 동네 예식장에서 무료로 쇼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구경을 갔다 낭패를 본 경우다. 막상 예식장에 가보니 출연한다던 코미디언은 보이지 않고 복용만 하면 신경통, 관절염에 특효가 있다는 약을 판매하기에 만병통치약으로 알고 제품을 구매 복용했다는 것. 그러나 별 효과가 없어 반품을 요구했지만 이미 제품을 개봉해 먹었다고 반품을 해주지 않자 공정위에 신고했다.

경산에 사는 박모(71) 할머니는 무료로 온천관광을 시켜준다는 판매사원 말을 믿고 따라나섰다가 30만 원짜리 건강목걸이 구입을 강요받았다. "공짜로 온천까지 했는데…"라는 미안한 마음에 할 수 없이 제품을 구입했다 충동구매인 것 같아 다음날 내용증명 우편으로 청약철회를 요청했으나 "무조건 안 된다"는 말만 들었다.

김천에 사는 정모(78) 할머니는 가스안전공사를 사칭한 직원이 가스레인지를 점검하고는 당장 교체하지 않으면 폭발할지 모른다고 말해 15만 원을 들여 가스레인지를 교체했다. 그러나 교체한 새 가스레인지가 녹슬고 성능도 떨어져 원상회복을 몇 차례 요구했으나 업체 측은 영업사원과 해결하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하소연했다.

공정위 대구사무소는 이 같은 노인소비자들 피해는 어르신들이 소비자 정보에 어둡고, 건강관련 상품의 효능·효과를 지나치게 믿는 데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대구사무소는 대한노인회 대구·경북연합회 산하 20개 지회의 노인교실 참여자 6천여 명을 대상으로 '방문판매 관련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노인소비자 교육'을 지난달 하순부터 실시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공정위는 건강식품·용품을 과신하거나 공짜·사은품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또 일반상점이 아닌 곳에서 물품을 구입할 때에는 반드시 계약서를 받고, 구입 후 14일 이내에는 반품이나 계약해지가 가능하다는 점도 집중 홍보하고 있다.

대구지방공정거래사무소 관계자는 "노인소비자의 경우 방문판매업자들의 기만적인 권유에 쉽게 설득당하기 때문에 피해가 느는 추세"라며 "방문판매업자의 대표적인 기만상술 유형, 물품구입 시 주의사항, 철약철회권 행사방법 등 유용한 정보를 제공, 피해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문의 053)742-9142~5.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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