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겐 달리는 카페, 어르신들에겐 움직이는 사랑방' 대구 우주교통 주부 기사 서순교(47·대구 남구 대명동)씨의 버스에는 음악과 시가 있다. 귀찮을 법도 하지만 승객들의 반응과 연령대를 살펴 음악 테이프를 수시로 바꿔 틀어준다.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에는 최신가요, 어르신들이 많이 타고 있으면 트로트 음악을 선사한다.
서씨와 그의 중학생 딸이 고서점 등을 뒤져 찾은 시를 코팅해 버스 내부 광고판 사이마다 붙여 두었다. 처음엔 모두 손으로 직접 썼지만 요즘엔 타이핑한다.
"한달에 2, 3개씩 테이프를 삽니다. 공부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잠시나마 음악을 듣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버스에 타고 있는 시간만이라도 마음 편히 보내길 바랍니다. 시를 적어 걸어둔 지는 2년이 다 돼가요. 특히 서서 가는 손님들이 읽어보며 좋아하죠."
북구 칠성시장에서 동구 해안동까지 운행하는 11-5번 버스 안. 가수 장윤정의 '어머나'가 흐르는 가운데 노인들이 차에 오르면서 서씨에게 한 마디씩 건넨다. "아이고 오랜만이네", "이야, 또 보는구먼" 다들 마치 한 가족인 양 반기며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매일 이 노선을 이용한다는 주부 김명순(54·동구 방촌동)씨는 서씨와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다른 버스기사들도 이랬으면 좋겠어요. 친절하고 마음 편하니 할머니들도 좋아하시고 재미도 있잖아요. 이렇게 편한데 차 살 이유가 어디 있어요?"
서씨의 버스운전 경력은 10여 년에 이르는데 그 중 8년을 오지노선과 함께 했다. 오지노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인심은 아직 정감 넘치는 시골 분위기 그대로다. 시골길로 접어들면 서씨는 수시로 경적을 울려 버스 도착을 주민들에게 알린다. "행여 농사일을 하다 가끔 오는 버스를 놓쳐버리는 사태(?)는 막아야죠. 공동배차제로 인해 한 달에 한번 정도 그 노선을 다시 돌지만 오래 일하다 보니 이젠 단골 승객들의 얼굴은 거의 다 알아요. 자주 타시는 할머니들은 감자나 고구마를 삶아 배고플 때 먹으라며 손에 쥐어 주기도 합니다."
서씨는 늘 승객들에게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라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손님들도 미소로 화답한다. 서씨의 버스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사진 : 우주교통 버스기사 서순교(47)씨의 시내버스에는 음악과 시가 있다. 시를 바꿔 붙이고 있는 서씨.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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