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대통령위원회, 관료제 옥죄지 말라

입력 2005-06-07 09:22:37

대통령부가 드디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정파를 막론하고 대통령 보좌진은 물론 각종 대통령위원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 정부란 정치 전리품이었다.

선거에 이긴 세력이 정부 요직은 물론 말단까지 차지했다.

그런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전문가를 활용하는 실적 관료제를 만들었고, 그 위에 정권을 장악한 소수 정치인을 앉혀 정부를 구성하였다.

참여정부의 문제는 관료제 위에 너무나 많은 정치적 임명직이 생겼다는 데 있다.

청와대 비서실과 정책실은 물론이고 대통령 주위에 12개가 넘는 국정과제위원회를 만들어서 정권창출에 직간접으로 기여한 사람들로 앉혔다.

현 정권은 소위 책임총리제를 염두에 둔 듯 거시 및 장기과제는 대통령이, 일상적 국정은 총리가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누가 거시, 장기정책을 보좌할 것인가? 이론가가 실무자보다 우위다.

그래서 수많은 위원회가 필요했을 것이고, 대부분 이론가로 충원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머리와 몸통이 따로 놀 개연성이 엄청 높아졌다.

장기과제가 국가능력의 범위 내에서 고안되어야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론가들은 교과서를 참고하여 새로운 지도를 그리려고 한다.

그들에게는 기존의 정책이나 법규보다는 논리와 이상이 앞선다.

특히 대통령 주위에 처음 가게 되면 완전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마냥 자신들을 과신하는 성향이 생기는 분위기에서는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관료제와 괴리가 생기고, 관료들을 비난하고 통제하려는 발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민주주의 원리로 보나 법적 토대로 보나 관료에 비하여 위원들의 실상은 취약하기만 하다.

그들은 정치적 대표성을 갖춘 것도 아니고, 법적 요건이나 자질평가의 엄정성 면에서 관료들보다 부실하다.

자의적으로 충원되었다.

대통령 위원회가 논의로서 끝내야 할 사안을 집행하려고 나선 데서 문제는 더 커졌다.

학습용이나 보좌용으로 그쳐야 할 아이디어가 곧장 정책집행으로 치닫고 있어 고도로 정제된 관료제를 지나치게 옥죄고 있다.

로드맵을 만든 것부터 잘못이다.

정책 추진경험, 문제점, 정부의 한계 등을 다분히 경시하는 위원회에서는 이상으로 보고서를 쓸 개연성이 높다.

역대 정부의 수많은 대통령 위원회 보고서를 들추어 보라. 과연 얼마나 현실에 기초한 내용이며 앞뒤가 맞는 주장이었는가.

총리로서는 상위에 배치된 대통령 위원회가 자신이 통할하고 있는 행정각부를 불러 지시하고, 해야 할 일과 안 해야 할 일을 규정하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정책의 꼬임현상과 혼란을 그대로 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어디까지나 관료제가 중심에 있고 다양한 정무직들이 정권의 이념에 부합하게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이 정도다.

위원회는 그야말로 문제 제기하고 자문하고 대안 개발하는 것으로 한계를 긋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관료제의 병폐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콧대 높고 무능한 정부는 혁신되어야 한다.

공무원 개개인은 뛰어난데, 조직화되고 나면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점은 뭔가 제도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도개혁이 상시화하고 시민의 요구와 시장의 원리를 반영하기 위해서 협치라고 부르는 거버넌스로 체질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외부의 입김을 불어넣으면서 관료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상부에 수많은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 관료들에게 국정을 도맡기는 것도 아니다.

정답은 필요한 사람을 엄정한 기준에 따라 검증하여 정부공식기구 안으로 영입하는 것이다.

또 조정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대에 당도한 만큼 기구수를 대폭 줄이고 기능을 통합하는 대(大)부처주의로 나가는 것이다.

특히 경제계에서 성과를 올린 사람을 많이 영입하여 정부에 새로운 피를 주입하여야 한다.

꼭 필요한 위원회를 만들려면 그 위원의 대부분을 상임으로 하여야 한다.

시간제 위원회로서는 제대로 할 수 없다.

위원장은 물론이고 상근직 전문가들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며 기존 관료제와 연계된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이달곤 서울대 행정대학원장·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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