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생각 나누기-'일그러진 영웅'은 과연 누구?

입력 2005-06-06 11:20:00

소설을 읽고 무지 많이 궁금했습니다. 이 소설에서 영웅은 누구인지, 왜 그는 위대한 영웅이 아니라 일그러진 영웅이 되었는지. 두 가지 물음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 위해 동본리중학교 학생들이 도서관에 모였습니다. 자, 그들의 생각 속으로 빠져 봅시다.

▲엄석대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다. 엄석대가 비록 반장이라는 지위를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는 방패로 삼았다는 점에서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지만, 무관심과 방관적인 담임 선생님을 대신해서 강렬한 카리스마와 통솔력으로 반의 질서를 유지시킨 점에서는 능력있는 영웅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엄석대는 아이들에게 두려운 대상이기도 했지만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도 영웅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고 또 악용하였다. 그의 통솔력은 폭력과 독재로 얼룩져 있으며, 반의 질서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방법을 사용하였다. 결국 스스로 실패한 영웅의 길을 걷고 만 것이다. 하진경, 오은경(2학년)

▲한병태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다. 그는 교실이라는 작은 왕국에서 일어나는 엄석대의 독재와 폭력에 맞서 싸우려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였다. 비록 약간의 치기도 없잖아 있지만, 교실에 민주적인 질서를 도입하려고 한 점에서 그는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러나 그의 의지는 번번이 질투와 시기로 비하해 버리는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의 무관심에 의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엄석대의 휘하에서 굴종의 대가를 즐겼다. 그리고는 어른이 되어서도 엄석대의 독재 체제를 은근히 그리워한다.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나약한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도 결국은 일그러진 영웅이 되고 말았다. 황성훈, 김태훈(2학년)

▲새로 부임하신 젊은 선생님이 작가가 말하고자 한 영웅이 아닐까 싶다. 영웅의 면모로 다른 사람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꼽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새로 부임하신 담임 선생님은 뛰어난 영웅임에 틀림없다. 그는 엄석대의 강압적인 독재로부터 반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구해 냈으며 학급의 민주적 재건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 절제를 보여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영웅적인 면에도 폭력적인 요소가 상당수 숨어 있었다는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또한 개혁 과정에서 엄석대를 교실에서 추방시킨 점은 무척 아쉽다. 올바른 개혁이었다면 설령 그것이 힘이 있는 자이든 그렇지 않든, 모든이가 함께 동참하도록 했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뜻에 따르는 자만을 개혁의 깃발 아래 모이게 한 것은 엄석대의 폭력적인 독재와 크게 다르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신동식(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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