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의 올해 첫 모의평가가 지난 1일 치러진 이후 고3 교실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빠져 있다. 모의고사 후유증은 대개 며칠이면 해소되지만 평가원 모의고사에 대해 수험생들이 느끼는 중압감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출제 경향을 분석하고 향후 학습대책을 면밀히 짜는 것은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대구진학지도협의회와 송원학원이 분석'제시한 출제 경향과 수능 대비 학습 전략을 정리, 소개한다.
◇ 전반적인 출제 경향
1. 2005학년도 수능시험의 출제 경향과 문제 유형이 그대로 유지됐다. 난이도는 일부 영역에서 다소 높아졌으며 상위권의 변별력 확보를 위해 고난도 문제도 한두 개씩 출제된 점이 특기할 만하다.
2. 수리'나'형과의 표준점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수리'가'형이 어렵게 출제됐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해 수능에 이어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3. 지난해 수능에서 쉽게 출제돼 한두 문제 차이로 등급이 달라지거나 백분위가 급격하게 하락했던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의 난이도가 다소 높아졌다. 고난도 문항이 심화 선택과목별로 한두 문항씩 출제됐다.
4. EBS 수능강의 교재와 수업에서 75~80%가 출제됐다고 하지만 지난해 수능에서와 마찬가지로 수험생들의 체감 반영 비율은 별로 높지 않았다. 대부분의 내용이 교과서나 다른 참고서에서 중복적으로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5. 지난해는 수리 '가'형의 선택 비율이 33%였으나 이번 모의평가에서는 30%로 떨어진 점을 주목할 만하다. 올해 수능에서는 수리'나'형 지원자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이므로 수리'가'형 지원자는 손해를 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 영역별 출제 분석
▲언어영역
이번 모의평가에서는 지난해 수능의 출제 경향을 그대로 유지해 문제 유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문의 길이가 줄어들고 문학의 비중이 축소됐으며 어휘 단독 문제가 출제돼 쓰기의 비중이 확대되는 등의 특징이 그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비문학 지문을 중심으로 정확한 독해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다소 있어 체감 난이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문의 수는 10개로 문학 4, 비문학 6의 비율이 유지됐다. 배점도 지난 수능과 마찬가지로 1점 23문항, 2점 34문항, 3점 3문항이었다.
문학은 대부분 눈에 익은 작품들이어서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 유형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문학 감상의 원리에 따라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들이었다. 비문학에서도 특이한 유형은 출제되지 않았지만 시사적인 내용을 포함한 지문이 다수 포함됐으며 내용을 사실적으로 이해하고 추론'비판하며 창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문제들이었다. 평소 꾸준한 독서를 한 학생은 지문의 내용과 문제의 의도 파악이 쉬운 것들이었다.
▲수리영역
전체적으로 기본 공식과 개념만 알고 있으면 풀 수 있는 간단한 문제, 개념과 원리의 상호 연관성을 파악하고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아 난이도는 평이했다. 이와 함께 이해 능력과 추론 능력, 문제해결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됐다. 수학적 원리를 발견하고 논리적 추론을 통해 참과 거짓을 판별하는 문제들이 여전히 많이 출제됐으며 지난 수능에서 출제됐던 속도와 시간의 그래프 이해 문제가 다시 출제됐다.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도 다양하게 출제됐다. 문제의 소재는 mp3 플레이어의 구입 시기, 지진해일의 규모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됐지만 단원 간의 복합적인 지식을 묻거나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요구하기보다는 일상생활의 문제를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이를 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둔 문제들이었다.
▲외국어영역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쉬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듣기와 읽기 모두 예전과 비슷한 유형이 출제돼 체감 난이도는 높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읽기의 경우 지문의 길이가 길고 어려운 단어도 적잖게 출제된데다 내용 파악이 쉽지 않은 문제도 눈에 띄었다. 출제 경향은 주제 찾기, 문맥의 흐름과 관계없는 문장 찾기, 글의 순서나 분위기 파악, 단락 요약 등 내용 파악에 중점을 둔 문제가 많아 읽기 능력에 중점을 둔 독해 훈련이 요구된다.
문법 문제는 어휘의 품사와 기능, 준동사의 용법, 분사, 형용사 최상급의 의미 구분 등이 있었다. 문법을 위한 문법 공부가 아니라 글의 내용상 필요한 문법, 즉 글의 흐름 속에서 사용되는 문법 공부를 요하는 것들이었다. 어휘 문제가 다소 특이했는데 실생활과 연관된 여러 형태의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한 문제였다. 장문은 지난해 수능에서 3세트 6문항이 출제됐는데 이번 모의평가에서는 2세트 5문항이 출제됐으며 이 가운데 신문 사설을 이해한 뒤 핵심 쟁점을 찾아내고 문맥상 알맞은 결론을 도출해 내는 문제가 새로운 형태였다.
▲사회탐구
지난해 수능에 비해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높게 출제됐다. 일부 문제는 의도적으로 난이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엿보이기도 했다. 교과별로는 윤리, 한국지리, 세계지리, 한국 근'현대사, 법과 사회가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됐으며 국사, 경제지리, 세계사, 정치, 경제는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운 수준이었다. 사회'문화는 다소 쉬웠다.
문제 유형은 대체로 예년과 비슷했으나 한국지리에서 새로운 유형이 다수 포함된 점, 한국 근'현대사와 경제에서 참신한 자료들이 많이 활용된 점, 법과 사회에서 자료를 다양한 형태로 제시한 점 등이 돋보였다. 시사적인 문제들이 포함됐으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다.
▲과학탐구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렵게 출제됐다. 과목별 난이도는 차이가 있으나 수능에서 비교적 어려웠던 물리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들에서 한두 문항 정도는 약간 어렵게 출제돼 체감 난이도는 수능보다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탐구 영역의 특성상 교과서의 기본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주어진 자료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실생활과 연결시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됐다. 일부 문제는 기본 개념과 지식을 알고 있어도 다양한 상황에 적응시켜야 하는 어려운 형태로 출제됐다.
◇ 향후 학습 전략
수험생이나 학부모는 평가원 모의평가를 실제 수능 점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신뢰성 높은 잣대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모의고사와 마찬가지로 연습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모의평가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도 앞으로의 공부에 의해 수능 점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공연히 낙담해 슬럼프에 빠지거나 특정 과목을 포기하거나 선택과목을 바꾸는 것은 수능을 망치는 길이다.
1. 이번 모의평가는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영역별'과목별로 각기 다른 난이도를 보였다. 올해 수능에서는 어떻게 출제될지 아무도 모른다. 모의평가 결과는 수능시험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참고 자료가 될 뿐이다. 수험생 입장에선 쉬운 문제만 다뤄서도 안 되며, 난이도 높은 문제를 찾아서 대비하느라 많은 시간을 쏟을 필요도 없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깊이를 더해가는 학습 태도가 가장 바람직한 전략이다.
2. 이번 모의평가에서도 나타났듯 기출문제를 꼼꼼히 푸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5년 정도의 기출문제를 구해 풀이를 하면서 문제의 유형과 단원별 핵심 내용을 짚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3. 오답노트를 만들어 정리하는 습관을 지금이라도 들여야 한다. 모의평가에서 틀린 문항이나 낯선 문항, 고난도 문항 등을 정리해 두면 자신감을 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막판 정리에 큰 도움이 된다. 사회탐구나 과학탐구는 보기 가운데 정답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중요한 내용은 폭넓게 정리해둬야 한다.
4. 지금부터 여름방학이 끝나는 8월까지 3개월 동안 교과서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과서 정리 없이 문제 풀이에만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5. 자연계 수험생의 경우 수리'가'형에서'나'형으로 바꾸려 한다면 지망하고자 하는 대학의 전형요강을 살펴보고 교차 허용 여부와 가산점 부여 정도 등을 따져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 결정해야 한다.
6. 사회'과학탐구 영역은 올 수능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은 고난도 문항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과서 내용을 요약해 암기하는 수준을 넘어 관련 주제에 대한 배경 지식까지 챙겨야 한다. 특히 단원 간 통합 문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7. 이번 모의평가에서 쉽게 출제된 과목이라고 실제 시험에서도 쉽게 출제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는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회'과학탐구 선택 과목의 표준점수 유'불리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이번 시험 결과만으로 선택과목을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 수업하는 과목 중에서 자신 있는 과목을 선택해 끝까지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적어도 1학기 말까지는 4과목을 공부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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