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삼덕초교 사제 '20년만의 만남'

입력 2005-06-06 11:33:02

"제록이·창규·인숙이·영회… 이놈들, 정말 보고 싶었다.

그리고 모두들 훌륭하게 잘 자라 주어 고맙구나." "선생님, 하나도 안 변하셨네요. 자주 연락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5일 오후 2시 두메산골인 울진군 북면 삼당초등학교 운동장. 1985년 2월 학교를 떠난 47회 졸업생들이 당시 은사였던 전준수(59·청도교육청 학무과장) 선생님과의'20년 만의 만남'이 이뤄졌다.

이날 만남은 학생들이 당시'얄개들의 함성'이란 졸업 기념 문집을 만들면서 20년 뒤 모교 운동장에서 다시 만나자는 사제 간의 약속에 따른 것이다.

당초 약속은 2005년 2월 첫 주 일요일 이었으나 설 연휴가 끼여 결혼한 여학생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이 날로 미뤘다고. 이번 행사를 도맡은 임창규(34)씨가 밝혔다.

결혼을 일찍 해 벌써(?) 초교에 다니는 딸이 둘이라는 경기도 안산에서 온 전제록씨와 경주에서 중장비업을 하는 장태갑씨 등 전국에 흩어져 사는 동기생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명이 참석했다.

반가움에 얼싸 안고 교정 구석 구석을 둘러 보는 이들은 어느덧 20년 전의 초등학생으로 돌아갔다.

매일 새벽 밥을 먹고 8km 등하교 길을 오가던 얘기, 숙제를 안 해가서 선생님께 혼이 난 일, 선생님의 오토바이 얻어 타던 일, 과학 경시대회를 앞두고 밤 새워 특별지도를 받던 일 등등. '땅 따 먹기 하던 그 시절이 엊그제 같다'고 풀기 시작한 이야기 보따리는 산이 되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울진읍내 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밤이 늦도록 코 흘리개 학창시절을 추억하다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눴다.

임창규 씨는"6년 간의 학창시절과 졸업 후 20년이란 세월을 정리하기엔 하루가 너무 모자랐다"면서"아주 특별한 이 만남을 계기로 해 동기들간, 그리고 사제간의 정을 더욱 돈독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전 선생은"20년 전 만든 문집은 오늘 날의 타임캡슐"이라며 "그 때의 급훈 처럼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래서 인정받는 사회인이 돼 주길 기대한다"면서 제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작별을 아쉬워 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사진 : 울진 삼당초교 47회 졸업생들이 5일 오후 모교에서 은사 전준수 선생과 '20년만의 만남'을 갖고 동심어린 표정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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