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먹고 "정재야, 희망가져라"

입력 2005-06-04 13:23:01

칠곡 북삼읍 심마니 박준회씨

"이젠 희망이 보여요!"

늦둥이 아들의 불치병 판정으로 세상살이가 귀찮아졌던 칠곡군 왜관읍 서영식(70)'권순자(51)씨 부부는 요즘 얼굴에 웃음을 되찾았다. 국내 굴지의 병원에서조차도 병명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그냥 '불치병'으로만 판정한 아들 정재(12'왜관초교 6년) 군의 표정이 밝아지고 기운을 차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정재 군의 병명은 '소년 루게릭병'. 4, 5세 때부터 유치원에서 잘 넘어진다는 연락이 오면서 조금씩 증세가 나타나 '근이양증'으로 판정받았지만 지난해 서울의 한 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 '소년 루게릭병'으로 판명됐다.

아버지 서씨가 환갑이 다 돼서, 엄마 권순자씨가 마흔에 낳은 외아들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자 서씨 부부는 모든 일을 내팽개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들 병 고치기에 나섰다. 하지만 아무 차도도 없이 재산만 다 써 약값조차 버거운 형편이었다.

"병원에 무슨 약이라도 좀 달라고 했지만 아무런 치료방법이 없다며 약을 줄 수 없다고 했어요. 정말 기가 막혔지요." 아버지 서씨는 지나간 날들을 되돌아보며 한숨을 쉬었다.

절망에 빠져 있던 정재 군 가족에게 희망을 던져준 사람은 심마니 박준회(37'칠곡군 북삼읍)씨. 여러 직업을 거쳐 몇년 전 심마니(본지 5월19일 23면 보도)로 정착한 박씨는 정재 군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선뜻 산삼을 내놓았다. 다행스럽게도 정성이 듬뿍 담긴 산삼을 먹은 뒤 정재 군은 창백했던 얼굴에 혈색이 도는 등 종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재 군이 나아졌다는 소식을 들은 박씨는 지난달 31일 또다시 정재네 집을 찾았다. 박씨는 가정방문 학습지 공부를 하고 있던 정재 군에게 또다시 25년생 산삼을 선물하고 "병마와 싸워 꼭 이겨라"며 격려했다.

박씨가 이처럼 귀한 산삼을 두 번이나 약으로 쓰도록 내놓는 등 어린이들의 병 치료에 관심을 가진 것은 난치병을 앓은 적이 있는 자신의 조카 때문. 박씨의 조카(12'초교6년) 역시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고생하다 박씨가 구해다 준 산삼을 먹고 나서 큰 효과를 봤기 때문.

박씨는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불치병의 어린이를 위해서라면 내가 가진 산삼을 모두 주고 싶다"며 "그래인지 다른 사람보다 산삼을 많이 만나는 것 같다"고 웃었다.

박씨는 정재 군 말고도 대구에서 연락 온 초교 3년 이형우(11) 군의 백혈병 치료를 위해서도 산삼을 내놓았으며 지난해에도 구미교육청의 난치병 어린이돕기 행사에 산삼 5뿌리를 전달하기도 했다.

요즘 정재 군은 눈만 뜨면 "제발 오늘 학교에 갈 수 있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면 아픈 것을 잊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온 몸의 힘이 빠져 혼자 움직일 수조차 없어 한 달에 몸이 좋은 날 며칠만 등교할 수 있을 뿐이지만. 정재 군의 두 손을 꼭 쥔 박씨의 눈빛은 정재 군에게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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