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보관동 유물 국보, 보물지정 잇따를 듯

입력 2005-06-04 10:11:54

'이런 유물들도 있었나?'

지난달 11일 신축 집들이 행사를 가진 국립 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윤근일) 경주출토 유물보관동의 소장유물 10만여 점을 정리하던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진귀한 것들이 많아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리 절차가 끝나는 대로 국보 등 지정문화재로 등록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

연구소 측은 황남대총, 황룡사지 등 주요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을 불상, 금속유물, 토기, 자기, 기와, 토우, 생활유물 등 7가지 테마로 정리 중인데 전문가들조차 "처음 보거나 형태나 형식이 특별한 것들이 많아 가치를 따지기 힘들 정도"라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는 것.

1차로 먼저 정리된 유물들 가운데 집들이 당일부터 전문가들의 특별한 관심을 끈 것은 황룡사 서회랑지 외곽에서 출토된 이불병좌상(二佛倂坐像)과 구황동 원지에서 나온 오리모양 잔(鴨形角杯)과 진단구(鎭壇具) 등 4, 5개 정도. 물론 이 밖에도 수많은 유물들이 빛 볼 날을 기다리고 있다.

2기의 부처가 나란히 붙어 앉아 있는 형상인 이불병좌상은 폭 4.8㎝, 높이 4.5㎝의 소형 금동 불좌상으로 불교 법화경 신앙에 근거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구려나 발해 지역에서 출토된 적이 있으나 남한지역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 특히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어 제조 연대를 밝혀내는 등의 일부 후속 절차만 거치면 지정문화재로서 손색이 없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길이 11㎝, 높이 7.5㎝인 오리모양 뿔잔은 일반적인 짐승 뿔모양 잔과는 달리 오리모양을 장식하고 있다.

구연부(뿔잔 부분과 오리 입이 연결되는 부위)에는 꽃 모양이 있고 손잡이는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오리머리 형상이다.

몸체에는 오리의 날개와 비늘 문양을 새겼고, 다리를 들고 있는 백로가 장식돼 만든 사람의 예술적 감각이 돋보인다.

이런 정교한 장식의 뿔잔은 이 전에 출토기록이 없어 이곳 유물 가운데서도 가장 희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진단구는 건물을 짓기 전 부지의 기운을 진압해 건물의 안전을 빈다는 의미로 기둥 밑에 넣는 것으로 지금까지 발굴된 것은 주로 토기 항아리 등 간단한 그릇류들이었다.

그러나 원지에서 출토된 것은 연질 토기 안에 2개의 중국제 백자접시를 놓고 그 위에 활석제 합(盒)을 올린 뒤 청동제 뚜껑을 덮은 형태로, 예술적 가치와 함께 상당히 고급스러운 기물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인근 건축물의 품격을 따지는 데 사료적 역할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반절편구병(半切扁球甁)은 일단 형태부터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병을 칼로 반을 잘라 놓은 모양이다.

옆구리에 차고 다니기 쉽도록 딱 절반을 잘라 착용감을 좋게 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천관사지에서 출토됐는데 높이는 12.3㎝, 직경 15㎝. 그러나 과연 절반의 형태로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게 만드는 유물로 지목되고 있다.

신라 왕경 유적에서 출토된 활석제 남근(滑石製 男根)은 폭 4.8㎝, 길이 4.5㎝가량의 귀두 부분이 남아 있으나 파손된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남근석은 전세계적으로 출토되지만 돌로 만들었으면서도 이처럼 정교하고 사실적인 모양을 한 것은 전례가 없을 정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몸통 쪽이 부러져 나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윤근일 소장은 "향후 정식 절차를 거치면 유물 보관동 소장유물 가운데 상당수는 지정문화재로 등록될 것들"이라며 "아직 정리가 덜 된 것들 중에서도 와당(기와)류를 비롯한 예술적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들도 다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정리 결과에 얼마나 더 많은 귀중한 유물들이 더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곳이 바로 이곳 출토유물 보관동이다.

이곳을 한 번 둘러보면 과연 '경주는 역시 노천박물관이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경주·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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