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중국 명나라 때 만들어진 청화백자그릇이 우리 돈으로 약 40억 원에 경매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근래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문화예술진흥책과 문화에 대한 민간의 자발적인 관심으로 중국 미술품 시장이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화권 문화를 기반으로 화교들의 경제적 뒷받침 아래 골동품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고, 국제미술박람회도 중국 각 도시에서 끊이지 않고 열리고 있다.
그 규모와 형식도 우리 생각과 달리 짜임새가 있고 거래 규모도 큰 편이다.
우리나라 방송의 '진품명품'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중국 중앙TV에서도 방송 중인데 깜짝 놀랄 만한 작품에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높은 가격이 매겨지기도 한다.
적정 가격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거래가 되고 있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나서 문화재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경제적 저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 난징에서 고대 회화 감정수업을 할 때의 일이다.
명대 회화 100여 점이 한꺼번에 출품되었는데 감정 결과 그 가격이 7억 위안(한화 800억 원)에 결정되는 것을 보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쑤조우(蘇州)의 한 수집가가 작품 전부를 구입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런 거액으로 작품을 구입했느냐는 질문에 그 수집가는 "중화인들은 긴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경제 논리로만 구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알게 모르게 우리가 중국이라는 나라를 '경제'라는 잣대로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했다.
현대미술 분야를 보더라도 과거 공장지대였던 수도 베이징 대산자(大山子) 지역에는 2, 3년 전부터 집단 문화예술촌이 형성돼 영국의 슈펠트와 같이 새로운 문화예술 파크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각종 화랑과 패션디자이너 작업실, 공예공방, 화가들의 작업실, 외국인들을 위한 공간 등이 들어차 선진미술문화를 흡수하고 있었다.
중국의 놀랄 만한 변화를 보면서 우리의 문화예술에 대한 의식을 생각했다.
대구·경북민들은 과연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있는지, 문화예술인들은 지역민들에게 양질의 작품과 공연을 제공하고 있는지, 또 행정당국은 문화공간 확충에 힘쓰고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기업들은 경제 논리만을 앞세워 혹 문화예술을 홀대하지는 않았는지…. 이 같은 의문점들이 여전히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고려미술문화연구소장 이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