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독일행 '주춤'

입력 2005-06-04 00:40:18

'기사회생하기는 했지만 독일행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한국축구가 '죽음의 원정' 첫번째 관문에서 벼랑 끝까지 몰렸다 간신히 살아났다

하지만 겨우 승점 1점을 추가하는 데 그쳐 앞으로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국민적 여망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점점 더 험난한 여정을 헤쳐나가야만 하는 절박한 처지가 됐다.

만반의 준비와 최상의 멤버로 원정 고비를 넘어서겠다던 본프레레호는 3일 밤(이하 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무기력한 플레이 속에 먼저 선제골을 내준 뒤 거의 질 뻔 했다가 '천재' 박주영의 극적인 동점골로 간신히 비겼다.

때문에 본프레레호는 남은 쿠웨이트와의 원정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부담감을 떠안게 됐다.

아직 두 경기가 남아 9일 쿠웨이트전과 오는 8월17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홈 경기 승패에 따라 본선행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이날 무승부는 아쉬운 한판으로 남았다.

광화문 네거리를 붉은 물결로 수놓으며 목놓아 '대∼한민국'을 외친 2만여 팬들의 함성과 머나먼 원정길을 따라 타슈켄트로 날아간 '12번째 태극전사' 붉은 악마 원정대의 뜨거운 외침이 간절히 승리를 기원했지만 오히려 패배를 면한 게 다행스러운 한판이었다.

인천공항을 떠나올 때 반드시 승점 6점을 따내 티켓을 손에 거머쥐고 돌아오겠다던 본프레레 감독의 약속은 이미 깨졌지만 이제 남은 쿠웨이트 원정 한경기를 반드시 이겨 위기에서 탈출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남았다.

역시 방심과 정보 부족이 부른 결과였다.

우즈베키스탄은 라브샨 하이다로프 감독이 경기 전 부상 선수들이 많고 일부 선수들의 정신력까지 문제삼으며 엄살을 피웠지만 이날 경기에 나타난 우즈베키스탄의 전력은 지난 3월 상암 홈에서 맞붙었을 때보다 더 강해 연막전술이었음이 드러났다.

본프레레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며 나름대로 원정의 불리함에 대비했지만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돌파구를 마련할 만한 치밀한 전술을 만들어내지 못해 전략의 부재를 드러냈다.

원정을 떠나기 전부터 끊임없이 문제점으로 제기돼온 수비 조직력이 결국 쓰라린 선제골을 내준 빌미를 제공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수비 조직력 훈련을 꾸준히 했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했지만 이날 경기에서 드러난 태극호의 수비라인은 단 한번의 실수로 실점하는 우를 반복했다.

스리백의 커버플레이가 안돼 협력수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기본적인 콜 플레이도 되지 않아 어이없는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위기에 대처하는 좀 더 강인한 정신력도 아쉬웠다.

타슈켄트 현지 기온이 체감온도 40℃에 육박한데다 거친 잔디와 심판의 편파적인 판정, 홈 관중의 텃세 응원 등 갖은 악조건이 있었지만 어차피 원정이라면 감수해야 할 보이지 않는 적이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후반 골을 내준 뒤 흐트러진 모습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짜증을 내기도 했고 후반 종료 직전 박주영의 동점골이 터지지 않았더라면 큰 낭패를 볼 뻔 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원정을 떠나기 전인 지난달 30일 마지막 훈련에서 선수들의 자세를 강하게 질타하는 등 정신력 추스르기를 시도했지만 쿠웨이트 원정에 떠나기 앞서 다시 한번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필요를 느끼게 한 한판이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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