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와 함께

입력 2005-06-02 08:36:48

사람아 네가 한 잎 떠도는 혼령일 때

연지에 뛰어드는 몸들의 그림자엔

빛나는 가시 하나쯤은 박힌 자국 보인다

흔들리다 멎다 하는 고요의 물갈퀴에

아픔도 저 물그늘 층층 환한 구층탑들

연등을 밝혀 오르는 비구니의 바라춤

마음의 중심들이 목금소리로 우는 저녁

빈 누각 한 채로 누운 네 진흙발 한 생애

켜졌다 꺼지는 길들 박힌 자국 보인다

박권숙 '유등 연지'

청도에 가면 유등연지가 있다.

연꽃이 만개하면 그 아름다움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한 잎 떠도는 혼령 같은 삶. 그래서 우리 모두 어쩌지 못할 가시 한 둘쯤은 가슴 깊숙이 묻어 두고 산다.

아픔의 물그늘에서 연등을 밝혀 오르는 비구니의 바라춤과 진흙발 한 생애가 빈 누각 한 채로 누워 있는 모습을 유정하게 바라본다.

행복의 순간이다.

수천수만의 연꽃이 등을 밝힐 무렵 유등연지는 또 한번 멀리 있는 시인을 부를 것 같다.

마음의 중심들이 목금소리로 우는 저녁을 선물하고 싶어서일 게다.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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