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최고 신랑감

입력 2005-06-02 08:36:48

대학 졸업반인 딸아이 혼처를 알아봤더니, 다들 공무원이 '사오정' 신세를 면할 수 있고, 아직도 목에 힘주고 살 수 있다면서 공무원을 최고 신랑감으로 꼽았다.

얘기인즉 해고될 염려 없고 연금도 넉넉하겠다 봉급도 민간 중견기업의 96% 수준이란다.

아닌 게 아니라 전국 어느 관공서를 가보아도 근무환경은 우리나라 중산층이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

쾌적한 냉·난방시설에다 노조활동까지 허용되고 있다.

어느 정도 직급이 올라가면 아쉬운 소리하는 민원인들도 있고, 해외연수와 출장명목으로 해외여행도 다니지, 적당한 방법으로 각종 수당도 받아내고, 눈치 빠른 사람은 미리 파악한 지역개발 정보나 산업발전 흐름에 대한 식견을 바탕으로 적절히 투자해 이재도 할 수 있어 최고 신랑감이긴 하다.

수십만 명의 대학생들이 각종 국가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골머리를 싸맬 만하다.

정부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연 평균 8%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조세수입은 연평균 11.9% 증가했다.

이 같은 부담률 증가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대구시의 지역내총생산(GDRP) 증가율과 지방세수 증가율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납세자인 국민과 시민이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도 힘겹게 내는 세금과 4대 보험료가 줄줄이 새고 있다.

공공부문의 헤픈 씀씀이를 보면 국가예산은 먼저 가져다 쓰는 게 임자라는 잘못된 의식이 팽배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예산편성과 사용처에 대한 효율을 분석한 어느 전문가 견해로는 현행 예산의 40%쯤은 쓰지 않아도 지금처럼 나라살림을 꾸려갈 수 있단다.

시쳇말로 '철밥통'으로 불리며 산하기관에 자리 만들어 들어가는 낙하산 인사, 불어나는 공무원 숫자와 감투, 날마다 비대해지는 조직 등으로 공무원 천국시대를 맞고 있고 국민이 자기 자식의 직업으로 권하기는 하나 보는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공무원이 명실상부하게 국민이 진정으로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최고 신랑·신부감이 되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대구시의원 손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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