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일, "영화배우로 다시 활동" 재기 선언

입력 2005-06-01 15:55:12

"영화배우로 다시 활동하겠다!" 한지일이 재기선언을 했다.

 지난 15년여간 16mm 영화제작자로 변신해 우여곡절을 겪었던 한지일은 최근 "주변정리를 마치는 대로 배우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결심을 한 데에는 최근 SBS TV 드라마 '그 여름의 태풍'에 까메오 출연이 계기가 됐다.

 '그 여름의 태풍'은 충무로의 영화제작과 영화인들의 삶을 그리는 SBS TV '토지' 후속작으로 배우 한지일의 인생유전과도 부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지일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70~80년대를 주름잡았던 당대 최고의 톱스타 정윤희 장미희 유지인 이미숙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제작자로서도 한때나마 정상에 섰던 충무로 성공과 좌절의 표본.

 한지일은 잠시 등장하는 깜짝출연이긴 하지만 자신의 지난 과거를 보는 듯한 마음에 드라마 출연제의에 선뜻 응했다는 후문이다.

 80년대중반까지만 해도 한지일의 이름은 한소룡이었다. 72년 '바람아 구름아'라는 국내 최초 모터사이클 영화로 데뷔한 그는 78년 '경찰관'에서 열연하며 대종상 신인상을 수상, 배우로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석에서 "이두용 감독님이나 임권택 감독님과 일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할 만큼 자신의 대형배우로 키워준 감독들을 잊지 않는다.

 특히 임권택감독과의 인연은 86년 시카고 국제영화제에서 '길소뜸'으로 겟츠 평화대상을 수상하면서 각별해졌다.

 '길소뜸'은 80년대 냉전종식의 기류에 편승하는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중 하나. 이후 '경찰관' '물도리동' '길소뜸' '아다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의 작품으로 그는 충무로 정상급 배우에 등극했다.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이후 배우 대신 영화제작자로 변신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극영화 제작에 몰두하고 싶었던 한지일은 자신의 이름을 건 홈비디오 제작사 한시네마타운을 열었다.

 그는 저예산 영화인 에로장르에 심취하면서 '정사수표' '젖소부인 바람났네' 등으로 90년대 성인비디오시장의 황제로 군림한다.

 하지만 사업의 성공은 배우로 다시 복귀하는데 오히려 장애물이 됐고, 컴백시기를 놓친 채 표류한다.

 98년 IMF위기를 맞으며 제작자로서도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고, 이후 택시기사와 주유소 주유원 등의 일을 전전하기도 했다.

 최근 인터넷 성인방송국을 개국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다진 그는 "사업의 흥망을 겪으며 인생의 쓴맛 단맛을 모두 맛봤다. 이제야말로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본연의 길로 돌아갈 수 있을 것같다"고 말했다.

 또 굳이 뒤늦게 배우로 다시 되돌아가려는 이유를 묻자 그는 "산이 있으면 계곡이 있듯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도 결국 마찬가지"라면서 "정상에 올랐다가 인기가 떨어져 좌절하고 포기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도 꿋꿋이 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지일은 이런 결심을 굳힌 뒤 동시에 2건의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몇몇 영화사들과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다. 또다른 TV출연도 계획중이다. 스포츠조선 강일홍 기자 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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