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핸디캡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키면서 세상을 감동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폭소클럽'을 통해 개그맨으로 변신, 화제를 모으고 있는 '휠체어 개그맨' 박대운씨와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통해 '휠체어 댄서'로 데뷔하는 김용우씨가 그들이다. 자신의 신체적인 아픔을 딛고 세상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들의 휴먼스토리를 들어봤다. < 편집자 주>
"전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게 좋아요."
얼마전 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 개그맨으로 데뷔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6세때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박대운씨(34). 박씨는 지난 23일부터 KBS 2TV '폭소클럽'(연출 원종재)에 출연해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장애인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장애인으로서 개그맨 데뷔는 국내에서 박씨가 처음이다.
개그맨이 되기까지 박씨는 장애인으로서 느껴야 하는 시련과 고통을 고스란히 겪었다.
첫번째 시련은 대학 졸업 후 취업문제였다. 명문대 인기학과(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지만 취업은 여의치 않았다. 물론 신체적인 장애가 보이지 않는 이유가 됐다. 어렵사리 보안업체 인사관리파트에 입사했지만 회사가 쓰러지는 바람에 제대로 뜻도 펴보지 못했다.
취업은 인연이 없다고 판단, 창업을 하기로 했다. 박씨는 2003년 10월 생과일전문점을 오픈해 비즈니스 전선에 뛰어들었다. 휠체어에 바구니를 달고 매일 새벽,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누비며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누적적자로 창업 1년 2개월만에 결국 문을 닫았다. 두번째 시련이었다.
그러나 박씨에게 있어 무엇보다 큰 시련은 바로 6세 때의 교통사고. 소중한 두 다리를 앗아간 이 교통사고로 박씨는 지금까지 장애인의 삶을 살아와야 했다. 교통사고 이후의 삶은 어찌보면 가장 큰 시련이었다.
하지만 박씨는 지금까지 초인적인 힘과 의지로 자신의 장애를 차례차례 극복해 나갔다.
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성화 봉송 주자로 시작해 같은 해 한-일월드컵 성공 개최 기원 유럽 5개국 2002km 휠체어 횡단, 99년 국토 종단 4000km 휠체어 대장정, 2001년 에세이집 출간 등 도전을 쉬지 않았다. 도전하는 삶이 행복했기 때문이다.
'폭소클럽'의 개그맨 연기도 이같은 도전의 연장선상에 있다.
강원래의 재활 트레이너로 있던 그를 개그맨 홍록기가 추천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개그맨이 됐지만 방송에 출연하면 할수록 또 다른 욕심이 샘솟는다. 기왕에 하는 것이라면 주변 동료 개그맨들이나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요즘엔 KBS 희극인실에 거의 살다시피하고 있다.
지난 30일 방송에선 장애인으로서 자신이 겪은 경험담을 소재로 삼아 시청자들을 숙연케 했다.
히딩크 감독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휠체어를 타고 달리는 자신의 뒤에서 경적을 울리지 않고 따라오는 자동차 물결을 소재로 삼았다. 우리의 장애우에 대한 관심을 꼬집는 대목이어서 더욱 설득력이 컸다. 그러면서 장애우들을 배려하는 네덜란드를 '하늘만큼 땅만큼 좋은 나라'라면서 히딩크 감독의 광고카피를 인용하기도 했다.
오는 7일 방송될 그의 세번째 무대 주제는 화장실이다. 역시 체험에서 우러난 코미디다. 일반인들은 밥 먹기 전에 기도하지만 장애인들은 화장실에 가기 전에도 기도를 한다. 왜냐하면 일부 장애인 가운데는 용변을 보는 것 자체가 커다란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같은 메시지와 함께 개그를 선보일 계획이다.
12일엔 평생의 반려자와 백년가약도 맺는다. 상대는 올해 31세의 최윤미씨. 처음엔 팬으로서 만나다가 2년 전부터 둘만의 사랑이 싹텄다. 인천 부평에서 주얼리숍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외출할 때면 언제나 목적지까지 가는 상세지도를 챙겨주는 그런 신부다.
결혼식장은 연세대 동문회관이다. 신혼여행지는 괌. 갑자기 개그를 하는 바람에 시간이 없어서 아직 여행 상품도 예약하지 못했다.
결혼 후에는 창업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원래 이달 말 닭갈비전문점을 오픈하기로 하고 준비하고 있었으나 갑자기 개그를 하게 되는 바람에 일단 중단한 상태다.
"두번 방송이 나갔는데 반응이 좋은 편이어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앞으론 메시지보다는 코미디를 좀더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앞으로 시청자들이 허용하는 한 당분간 코미디를 해볼려구요. 그 다음엔 가능한 한 여러가지 다른 일에도 도전해 볼 거예요."
박씨의 새로운 도전에는 이제 시련보다 희망이 가득하다.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 cl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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