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single)족을 잡아라."
2005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수는 268만 가구. 그 중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의 독신자 가정이 98만 가구로 3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성들은 자아실현을 이유로 결혼을 미루고, 남성들은 일찍부터 가정이라는 책임감에 얽매이기보다는 젊음과 자유를 오래 누리려 하기 때문에 젊은층에서 싱글족이 갈수록 느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소비 키워드 중 하나로 '싱글족'을 꼽을 정도로 이들은 소비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맞춰 업체들은 싱글족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으며, 싱글족 덕분에 이들 상품의 매출도 가파른 신장세다.
△싱글족 겨냥 제품 '봇물'
최근 가전업체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싱글족 대상 제품들의 특징은 뛰어난 '공간활용성'. 오피스텔 등에서 독립해 사는 경우가 많을 뿐더러 따로 독립해 있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공간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길 바라는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다.
대표적 제품으로 컴퓨터 모니터, 비디오 게임기, TV 등 1인 3역을 해내는 다기능 LCD모니터를 들 수 있다.
또 휴대용 MP3플레이어에 작은 스피커만 장만하면 훌륭한 오디오 못지 않은 성능을 자랑하는 제품도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가전매장 경우 다기능 17인치 LCD 모니터(60만 원대), MP3플레이어(20만 원대)가 싱글족으로부터 각광받고 있다고. 그 밖에 혼자 사용하기에 적당한 400ℓ 이하의 소형 냉장고, 전자레인지와 토스터 겸용 제품, 5평형 공기 청정기 등 싱글족을 위한 가전제품의 종류와 가능이 다양화하는 흐름이다.
또 다른 트렌드는 바로 '펀 앤 컬러(Fun & color)'. 개인적인 생활공간을 감각적이고 재미있게 꾸미려는 싱글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한 대표적 제품이 솔로용 베개. 혼자서도 포근하게 밤을 보낼 수 있는 솔로용 베개는 싱글족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으며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7층 가정용품 매장의 주하우스와 바스칼 경우 밝은 색상의 캐릭터로 제작된 베개에서부터 시계, 쿠션, 휴지통, 침대커버, 휴지걸이, 칫솔꽂이, 식기류, 깔개 등 재미있고 기발한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김성진 롯데백화점 대구점 가정매장 파트매니저는 "싱글족들은 컬러풀하면서도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제품들로 밝고 재미난 생활을 하려는 경향이 높다"며 "일상 소품들을 통해 생활 활력을 얻으려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즉석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품이나 완성 식품 등 싱글족이 많이 구입하던 '전통적인' 먹을거리 외에 최근에는 혼자서도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음식물과 재료들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싱글족들을 겨냥한 소량·조각 상품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으며 판매량도 신장세다.
야채 경우 손질해 놓아 바로 먹을 수 있는 간편 야채가 전년 대비 22.5%의 판매신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즉석 샐러드와 소용량 드레싱의 판매는 전년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
양파를 반으로 나눠 파는 반양파, 모듬 쌈 야채, 2분의 1 또는 4분의 1 조각 수박 등도 반응이 좋다.
1인분 조각 생선은 물론 즉석 조림 양념 매출이 전년에 비해 200% 이상 신장하고 있고, 회덮밥과 소용량 초밥, 즉석밥 등도 싱글족들에게 인기가 높은 제품들이다.
△ "새로운 소비주역 싱글족"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새로운 소비주역, 싱글을 잡아라'란 보고서를 통해 '결혼은 필수'라는 고정관념이 희미해지면서 새로운 소비주역으로 부상하는 싱글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싱글 소비자가 증가하는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이들은 대부분 직장인들로 경제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워 잠재 소비세력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1인 가구수는 300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체의 18.3%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기업들도 싱글족을 겨냥한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카메라폰, PDA는 물론 가전제품도 1~3㎏의 미니 세탁기, 2인용 전기밥솥 등 소형 싱글가전(개전·個電)이 쇼핑몰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빌트인 가전으로 채워진 코쿤하우스 등 싱글전용 주거공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싱글은 외롭다' '자유롭다' 등의 편견을 깨뜨리는 것도 싱글족을 붙잡는 비결 중 하나다.
싱글은 잘 놀고 돈쓰는 데만 바쁘다고 생각하지만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이 45%로 조사될 정도로 저축이나 투자 등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는 것.
재치와 유머로 무장한 감성 마케팅 역시 싱글족 공략에 중요하다는 지적. 일본과 미국에서 히트친 '남자친구의 팔베게'가 한 예로 들 수 있다.
싱글 고유의 특성과 문화를 이해한 마케팅도 필수다.
독일 월마트의 '싱글타이트'가 대표적이라 할 만하다.
혼자 있기 쉬운 싱글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매장 내에서 쇼핑을 하며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행사를 벌여 매출을 대폭 늘렸다.
싱글족 덕분에 뜨는 산업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싱글족 상품의 특징으로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복합 다기능'을 꼽았다.
TV와 AV, HD 방송수신이 가능한 '복합기능 모니터'를 비롯해 카메라, 캠코더, 음악감상까지 가능한 '복합기능 휴대전화' 등을 대표적인 제품으로 들었다.
또 홈네트워크와 텔레매틱스, 모바일서비스 업체의 통합카드, 복합 예금상품, 싱글들을 맺어주는 온라인 커뮤니티 상품, 결혼정보업체, 파티 관련업체들도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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