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국민체조의 악영향

입력 2005-05-31 11:11:40

"국민체조 시~작""하나, 둘, 셋, 넷."

20, 30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아침이면 경쾌한 반주음과 함께 구령 소리가 온 동네에 퍼지던 시절이 있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국민체조 보급 정책에 따라 학교나 직장마다 단체 체조시간을 운영했다. 국민체조는 제자리 걷기에서 시작해서 숨고르기로 끝나는 12가지 운동으로 구성돼 있다. 달리기, 점프하기, 숨쉬기 등 기초체력 강화에 필수적인 동작이 포함되어 있는데 국민체조 동작은 간단하고 쉬워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사라졌던 국민체조가 슬그머니 부활하고 있다. 일부 직장에서 근무 시작 전 간단한 체조로 어깨'무릎'허리 통증을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국민체조를 활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체조가 과연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까.

국민체조의 몇 가지 동작은 무릎이나 허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무릎 굽혀 펴기 동작은 이미 아픈 무릎을 더욱 아프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무릎을 굽히면 무릎을 덮고 있는 슬개골과 대퇴골 사이에 압력이 더욱 증가한다. 이때 두 뼈 사이에 마찰이 생기면 슬개골 안쪽 면의 연골에 손상이 생기면서 무릎 통증을 일으킨다. 무릎을 굽혔다 펼 때 '딱딱'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통증이 있으면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은 삼가는 게 좋다.

몸 굽히고 젖히기나 몸통 옆으로 틀기 동작도 허리 건강에 해롭다.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잠을 자면 디스크의 수분 함량이 많아져 팽창된다. 허리를 숙이거나 펼 때 디스크는 척추에 엄청난 저항으로 작용한다. 실험에 따르면 아침 시간대에 허리 숙이는 동작을 하면 저녁시간대에 같은 동작을 할 때보다 디스크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300%, 인대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80%나 증가한다고 한다. 결국 이른 아침 허리를 숙이면 요통 위험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아침에 허리를 숙이는 동작만 하지 않아도 요통환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척추 전문가도 있다. 국민체조가 얼마나 많은 요통 환자를 생산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국민 허리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음은 분명하다.

국민체조의 또 다른 악영향은 반동을 주며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을 전국민적으로 확산시켰다는 점이다. 스트레칭은 말 그대로 근육을 늘려 주는 것이다. 스트레칭은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켜주고 행동반경을 넓혀준다. 또 근육의 겹질림과 같은 부상을 예방해주고 나이가 들어도 몸이 경직되지 않도록 해준다.

그러나 반동을 주게 되면 근육섬유가 지나치게 늘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의 신경조직은 근육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반사작용을 통해 재빨리 근육을 수축시키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것을 스트레칭 반사작용이라고 하는데 통증뿐 아니라 근 섬유에 미세한 파열을 일으킬 수 있다. 잘못된 운동프로그램은 근골격계 질환을 더 악화시킬 수 있음을 명심하자.

이종균(운동사'닥터굿스포츠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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