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아빠 배진덕의 얼렁뚱땅 살림이야기-아내와 자식이 미워질 때

입력 2005-05-31 10:58:42

이럴 땐 아내가 저럴 땐 자식이 원망스럽다.가족 동반모임에 가면 친구들은 하나같이 큰놈을 보면서 "이때가 제일 귀여울 때다"라고 말합니다. 정작 자기들은 애들이 요만할 때 어떻게 키웠는지도 모르겠다면서 애들은 저희대로 알아 크니 술이나 마시자고 권합니다.

이런 친구들의 말에 저는 어김없이 "야! 이놈들아. 너거들 아 키울 때하고 40 넘어 아 키우는 나하고 같나. 술 좀 먹이지 마라" 라고 사정합니다. 사실 애를 기준으로 하지 않아도 나이가 먹음에 따라 힘이 달리는 것은 하늘의 이치인데 짓궂은 친구들은 아이 기준으로 저의 체력을 가늠하나 봅니다.

이렇게 힘이 달리는데 주말에 쉴 요량으로 집에 있으면, 아내는 제 눈치를 살피고는 볼일을 보고 올 테니 잠시 동안 애들을 봐달라고 합니다. 아내 역시 일주일 내내 애들 때문에 시달렸겠지 생각하고 '볼일 빨리 보고 일찍 들어 오라'는 조건으로 아내의 외출을 허락합니다.

아내가 나가고 난 뒤 두 아이 중 한 놈이라도 자면 훨씬 수월한데, 어떨 땐 두 놈 모두 자지 않고 각자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땐 저로선 한계에 이릅니다. 잠깐 볼 일을 보고 오겠다는 아내 역시 한참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을 때 주말 집에서 쉬어야겠다는 꿈은 악몽으로 변하는 거지요.

이런 상황에서 저 혼자 두 놈을 상대로 고군분투하다 보면,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두 놈 모두 지쳐 잠에 곯아떨어집니다. 저 역시 좀 쉴 시간이 찾아오나 하는 순간 "애들은 모두 자요? 곧 들어갈게요" 라는 아내의 전화가 어김없이 옵니다. 그 전화소리에 두 놈 모두 깨어 다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때면 그런 아내의 전화가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둘째 딸애는 이제 8개월로 뭐든지 먹으려고 달려들고, 큰놈은 뭘 먹이려면 따라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식사시간에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저는 각자 분담하여 애들의 식사를 책임지기로 합니다. 저로선 당연 먹이기 수월한 딸애를 택합니다. 그러나 큰놈을 맡은 아내는 고작 밥 한 술 정도 먹였을 뿐인데 질투의 화신인 큰놈은 딸애를 안고 이유식을 먹이는 저에게 달려들어 저와 딸애를 떨어뜨리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합니다. 그러면 아내는 모른척하며 저에게 두 놈을 남겨둔 채 자리를 뜹니다. 그러면 하는 수 없이 딸애도 제가 먹이고, 큰놈 식사도 제가 챙기게 되어 애초 목적한 바와 달리 이중고를 치러야 합니다. 이럴 땐 질투의 화신인 큰놈이 원망스럽습니다.

평소 숙제인 일이 가끔은 스스로 공부하고픈 자습인 일로 바뀔 만큼 제 컨디션이 좋아 아내에게 신호를 보내면 이놈들이 눈치껏 일찍 자든지 해야 하는데 꼭 그런 날은 이놈들 역시 낮잠을 평소보다 훨씬 많이 자 제 컨디션보다 좋습니다. 하지만 모처럼 찾아온 저의 좋은 컨디션이 아까워 어떻게든 일찍 재워보려 이놈들 옆에서 잠자는 시늉을 하다 저 먼저 잠에 곯아떨어져 자습을 하지 못한 때 이놈들이 원망스럽습니다.

변호사 jdb2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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